“2년만에 2연승했습니다!”
삼일절인 지난 1일(한국시각), 호치민시티FC가 호앙안잘라이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한 후 정해성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호앙안잘라이는 베트남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초호화 군단이다. 정해성 감독이 지난 시즌 테크니컬 디렉터 겸 총감독으로 일했던 친정팀이기도 하다. 이날 후반 11분 은고 후앙 틴, 후반 17분 조엘의 연속골에 힘입어 값진 원정 승리를 거뒀다. 지난 24일 하이퐁과의 홈 개막전에서 짜릿한 극장골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리그 2연승을 질주했다. 호치민시티FC는 14개 구단중 유일하게 2연승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정 감독은 연승의 기쁨과 함께 서포터를 자청한 한국의 기업인, 선후배들을 향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감독은 2017년 10월 호앙안잘라이(HAGL)에서 총감독 및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했고, 2019년 새 시즌부터 호치민FC에서 사령탑으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를 떠난 지 무려 6년 8개월만의 감독 복귀였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을 품어온 정 감독의 도전에 선후배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정 감독은 “호치민FC로 옮긴 후 동문,축구계 선후배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고려대 동기인 이형수 건영건설 회장은 한달에 한 번, 베트남에 들어올 때마다 호치민 FC를 찾는다. 선수들이 영양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현지 뷔페식당을 통해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중앙고 후배인 조장희 JS건설 회장은 홈경기 전날 호텔 투숙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홈경기 전날 호텔 숙박은 선수단 경기력 및 사기 고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정 감독은 “클럽하우스에서 경기장까지 50분~1시간이 소요된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가서 간식을 먹고 경기를 기다려야 해 고민이었는데, 조 회장님이 ‘제가 돕겠습니다’ 하더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구인 후배인 하노이 유명 고깃집 ‘삼원’의 박상일 사장 역시 호앙안잘라이 시절부터 선수단의 고기를 지원해왔다. 정 감독은 “호치민으로 왔는데도 ‘올해도 당연히 해야죠’ 하더라. 이 마음들을 어떻게 다 갚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베트남 현지를 오가는 선후배들을 연간 시즌권을 구매해 든든한 직관 응원을 약속했다. 고려대 동문회장과 이봉희 트윈도브스CC(호치민) 대표는 틈만 나면 “호치민 구단을 위해 도울 일이 없는지” 알뜰히 챙긴다. 정 감독은 “베트남대표팀에 박항서 감독, 클럽팀에 정 감독이 있어 자랑스럽다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부담도 되지만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이 모든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도 매경기 좋은 결과로 보답드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호치민 FC는 3년 전 V리그로 승격된 팀이다. 2년 연속 14개 팀중 12위에 그쳤다. 정 감독의 올해 시즌 목표는 안정적인 중위권 진입이다. “선수들 개인 면담을 했더니 80%가 하나같이 5위를 목표로 하고 있더라”고 했다. 정 감독은 “V리그 첫해 포르투갈 감독, 두번째 해 일본 감독에 이어 내가 세 번째로 팀을 맡게 됐다. 올시즌 목표는 5~6위로 잡고 있다. 큰 욕심보다는 우선 단단한 원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임 후 두 달간 훈련을 통해 선수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교감했다.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시즌초 좋은 흐름을 가져가게 돼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베트남의 ‘한류’ 감독으로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출신, 축구 선배로서의 소명의식도 잊지 않았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베트남 프로축구와 선수들에게 진정한 프로의식을 심어주고 싶다. 책임감을 갖고 좋은 이미지를 남겨서, 한국의 후배 지도자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제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