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도 진출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최근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한국 산업·금융권 전반에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들을 뒤따라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대비 일찍 씨앗을 뿌려야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열매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베트남인덱스펀드인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펀드'를 지난 25일 출시했다.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펀드는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30지수를 추종한다. 지수선물, 주식 현물바스켓, 상장지수펀드(ETF), 장외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을 적절히 편입해 추적오차를 최소화했다. 또 환 헤지를 통해 베트남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의해서만 수익률이 확정된다.
한화자산운용도 앞서 18일 호치민에 베트남 주재사무소를 설치했다. 싱가포르법인(2015년), 중국법인(2016년), 미주법인(2017년)에 이이 네 번째 글로벌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화금융네트워크가 보유한 디지털 투자플랫폼을 활용해 베트남 리테일 시장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10여 년 전에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현지 생명 보험업계 8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하노이에 소재한 온라인 주식거래 전문 증권사 ‘HFT증권’을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베트남투자공사와 공동으로 베트남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 중 현지법인을 보유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피데스자산운용도 올해 베트남 현지 운용사 ’탕롱펀드매니지먼트‘ 지분 51%를 약 2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했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베트남 현지에서 인수 운용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개 증권사가 베트남시장에 현지법인 혹은 사무소를 개소했고 작년에만 183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들까지 나서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은 매년 고성장을 이어가는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에 있다. 박인호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상무는 “베트남은 평균연령이 30.1세인 젊은 국가로 2022년까지 연 평균 6.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세안 5개국(약 5%)과 비교해도 높은 성장률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아시아 내에서도 배트남 시장 성장성이 두드러진 데다 외국인 지분법 제안 규정을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투자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외국인 지분법 제안 규정(최대 49% 지분 보유)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증권법 개정 초안을 발의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이 인건비 증가 등에 가로막히자 국내 업체들과 일반 투자자들도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투자 과열에 따른 급락 반전 가능성과 함께 선진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대미, 대중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전쟁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수출국 중에서 중국과 미국의 차지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주식시장에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외국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대외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