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할머니 악어 공격으로 사망, 전세계 뉴스에 올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지난 2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위쪽 포트 피어스에서 85세 여성이 악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전세계 뉴스에 오르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여성은 당일 잡풀이 난 연못가 둑을 따라 반려견과 함께 평소처럼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수면 위를 헤엄치고 있던 악어가 개를 공격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물에서 기어 나왔다. 개는 주둥이를 쩍쩍 벌리며 달려드는 악어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그러나 악어와 근거리에 있던 여성은 악어에 물려 넘어지면서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갔고, 이웃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지고 말았다.

특히 사건 현장 근거리에 있던 이웃 여성이 911 신고를 하면서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한 음성이 담긴 동영상은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영상에는 신고 여성이 "악어가 사람을 물고 들어간다. 아직 살아 있어... 오마이갓!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어. 그녀가 사라졌어!"라고 다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담겨 있다.

 

사고 직후 긴급 출동한 플로리다야생동물보호위원회(FWC) 직원들은 악어를 생포하여 안락사 시켰다. 11피트 길이(3미터)에 600파운드(272㎏) 무게의 악어는 남성5명이 겨우 옮길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거주 인구 2250만 명의 플로리다에는 약 130만 마리의 악어가 크고 작은 호수와 강에 서식하고 있다. FWC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21년까지 플로리다에서 442건의 악어 물림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26건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비율로 따지면 3년마다 악어 공격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포트 피어스에서 악어 공격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4일 <마이애미선센터널>은 야생 의료 전문가인 벤자민 아보 박사의 조언을 중심으로 악어 공격을 받았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소개했다.

우선 악어의 서식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로리다에 있는 거의 모든 민물이나 기수(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있는 곳)에 악어가 산다고 보면 된다. 악어들은 육로를 통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한다. 큰 호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골프 코스의 작은 연못에도 악어가 들어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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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바다 악어, 얕은 해수와 기수에 서식

플로리다에는 보통 '바다 악어(saltwater crocodile)'라 불리는 '아메리칸 악어(American crocodile)'가 약 2000마리 살고 있다. 이들은 플로리다 최남단 섬인 드라이 토르투가스부터 중부 위편의 동해안과 서해안의 얕은 해수와 기수가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2014년에는 마이애미 남부 운하에서 해수 악어가 수영객 2명을 물어 사망케 했고, 2015년에는 해수 악어가 마이애미 키비스케인 크랜든 골프장에서 투견 핏불 믹스를 물어 죽였다.

악어들은 어린 아이나 작은 동물 등 공격이 쉬운 대상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아이나 애완견이 물가에서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FWC 웹사이트는 개들이 놀거나 짖는 소리가 실제로 악어들을 유인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인이라도 물가 근처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낮춰진 키 때문에 악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웅크린 자세에서는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 어렵거나 몸이 비틀거려 넘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서해안 새니벨 아일랜드(Sanibell Island)에서는 공사장 인부가 연못가에서 손을 씻으려고 웅크려 앉았다가 악어 공격을 받았다. 그는 황급히 탈출하기는 했지만 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악어를 피할 때 지그재그 패턴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는 충고도 있다. 하지만 미끄러지거나 발목이 삐긋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악어는 매우 강력한 꼬리를 휘둘러 목표물을 쓰러뜨릴 수 있고, 일단 목표물이 땅에 머무를 때 공격의 적기를 맞게 된다. 이번 악어 사고의 경우가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보 박사는 그냥 악어로부터 최대한 빨리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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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가 사는 물에서 수영은 물론 물가에서 산책이나 손을 씻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코리아위클리>
 
악어의 눈을 찌르라! 공격에는 공격으로!

악어에 물렸을 때 눈을 찌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유도 있다. 아보 박사는 턱 아래 목구멍쪽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찌를 수 있지만, 눈을 겨냥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FWC 웹사이트는 "악어가 여러분을 문다면, 가장 좋은 것은 가능한 한 큰 소리를 내며 최대한 저항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악어를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눈을 찌르는 행위는 악어가 물었던 것을 놓게 할 수도 있다. 악어들은 쉽게 제압할 수 없는 먹이를 물었을 때, 놓아주고 후퇴할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아보 박사는 악어로부터 자유로워진 후 안전 거리를 확보하면 즉시 지혈을 하라고 충고한다. 악어의 입 안에 있는 괴사성 박테리아로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FWC는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절대 금하고 있다. 악어가 사람을 먹이와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또 선창가나 캠프에서 생선 찌꺼기를 물에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는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행위이고, 자칫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악어 공격은 하루 중 수시로 발생할 수 있지만, 해의 고도가 낮아지면 더욱 공격적이고 약탈적으로 변모하기 때문에 해질녘과 밤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악어 신고 핫라인(Nuisance Alligator Hotline): 866-392-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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