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김, 이, 박, 최 등 실제 발음과 다르다” 지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뉴스가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자, 엉뚱하게도 한국 성씨 등 고유명사의 영어 표기법이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AP 통신은 ‘한국 이름 발음이 헷갈린다구요? 그건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Always Mangle Korean Name? It Might Not Be Your Fault)’라는 타이틀의 기사에서 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영어 표기에 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현재 통상적 표기법으로 굳어진 일부 발음이 영어 사용자들을 혼란케 만든다는 것이다.
통신은 우선 박근혜(Park, Geun-hye) 대통령을 예로 들며 성씨 '박'의 영어표기는 'Park' 보다는 'Bahk'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에 워싱턴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박’ 대신 공원을 뜻하는 '파크'라고 발음했다.
탄핵 뉴스에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Choi Soon-sil)의 성의 발음 역시 'Chwey'라고 표기해야 실제 발음에 가깝다. 미국인들은 ‘Choi’를 ‘초이’로 발음한다.
통신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성 '이' 역시 'Lee(리)' 보다는 'Yi'나 'Ii'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을 들며 김씨 역시 미국인이 한국인의 발음처럼 읽기 위해서는 'Kim(킴)' 보다는 'Ghim'이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돌풍으로 미국인에게도 익숙한 '강남(Gangnam)'은 첫 4개 철자가 '갱단'을 떠올리게 할 수 있어 'Gahngnam'이라는 철자 표기가 낫다. 통신은 미국서 강씨 성을 가진 한 한인의 예를 들며 '갱'으로 발음되는 성씨로 인해 그가 난처해한다고 소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뉴스가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한국인 성씨 영어 표기법도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영어 표기에서 강과 남을 띄워놓으면 더욱 ‘갱(갱단)’으로 연상하기 쉽다. ⓒ goandroid |
이외 순창 고추장로 유명한 '순창(Sunchang)'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Sunchang'의 첫 세 철자는 태양을 뜻하는 ‘선’으로 발음되기 쉬워 'soonchahng'으로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영어 표기 혼란에는 복잡한 역사, 미군정의 영향, 다수가 사용하는 데 따름, 개인 성향 등이 엉켜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정하에서 미국인들이 현재의 성씨 표기를 만들었다고 여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인이 영어 단어의 철자를 빌려와 쓰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발음과 매치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당히 비슷한 단어를 붙여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영어의 실제 발음을 유의해 2000년 7월 국어 로마자표기법이 개정돼 도로 표지판과 인터넷 도메인명, 사람의 성 등에 권장됐다. 개정 표기법에 따르면 '이'는 'I', '김' 'Gim', '박'은 'Bak', '최'는 'Choe'가 된다.
그러나 2015년 조사에서 김씨 성을 가진 이들의 99.5%가 'Kim'을, 이씨의 98.5%가 'Lee'를 선호하는 등 이미 굳어진 표기법을 다수가 스스럼 없이 따르고 있다.
또 개인 각자가 이름을 스스로 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일괄적인 표기법 시행을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김씨 성의 경우 "Gim," ''Ghim" "Khim 으로, 이씨 성은 "Yi," ''Rhee," ''Li" "Yee 등 다양하다.
AP통신은 여행, 사업 등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에서 표기법 재정비 요청이 있지만 각종 표지판과 정부 출판물 등을 바꾸는 것만도 2억 5천만달러(3천억원)가 소요되는 엄청난 작업이며, 일부에서는 완벽한 표기법 구현이 과연 가능한 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