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종주의적 역사 기념물을 둘러싼 논쟁의 불똥이 호주로 튀고 있다.
시드니 시내의 하이드 파크에 세워진 제임스 쿡 선장과 아서 필립 선장의 동상 등이 진보진영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이번 논쟁의 발단은 원주민 출신의 방송인 스탠 그란트(ABC 진행자)의 역사 왜곡 주장에서 촉발됐다.
스탠 그란트는 쿡 선장 동상에 새겨진 문구에 "1770년에 이 영토를 발견했다"는 것은 오류이며, “원주민 역사에 대한 오류에 대한 거대한 침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란트는 "쿡 선장이 우리 이야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호주를 발견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원주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술대로라면 쿡 선장 이전에 원주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는 항변인 것.
그란트는 또 호주 전역에는 원주민을 강제로 몰아낸 사람들을 위한 기념비가 곳곳에 있으며, 이런 사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증오의 기념물들을 철거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에 눈을 감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만 쿡 선장의 동상이 철거되기보다는 관련 글귀가 교정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란트의 주장에 대해 말콤 턴불 연방총리는 즉각 “스탈린주의적 발상”이라며 “대다수 호주국민을 경악시키는 주장이다”라고 일축했다.
말콤 턴불 연방총리는 “인위적 역사 다시 쓰기 강요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제임스 쿡, 아서 필립 선장을 포함 초기 개척자들의 동상 및 기념물은 호주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고 공박했다.
그는 “이러한 역사를 수정 혹은 삭제하는 것은 과거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며 “좌파 세력이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역사 다시 쓰기 캠페인을 펼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토니 애벗 전 총리도 2GB에 출연해 “노동당의 빌 쇼튼 당수가 정권을 잡으면 쿡 선장의 동상은 모두 철거될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진보 단체들은 제임스 쿡 선장 동상에 이어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초대 총독인 라클란 맥쿼리(1762-1824) 동상에 새겨진 문구에 대해서도 ‘역사 왜곡’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라클란 초대총독을 완벽한 신사이며 매우 인간적인 기독교인으로서 훌륭한 입법 전문가였다”라는 문구는 오류라면서 “원주민 사회 등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원주민 학살 명령을 내린 사람으로, 어린이 등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들 동상을 관할하는 시드니 카운슬의 클로버 모어 시장은 문구의 수정 요구에 적극 동의하고 나섰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모어 시장은 “카운슬 내 원주민자문위원회에 평등을 증진하고 과거의 불의를 바로잡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내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최근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 폭력시위의 후폭풍으로, 백인우월주의 상징으로 꼽히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Confederate) 상징물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다.
©TOP Digital/26 Augu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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