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회담 논의에서 나타난 오류에 대하여
안제이
<이 글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선데이토픽> 2018년 5월 25일자 (1253호)의 커버스토리이며 5월 24일부터 필라델피아와 뉴저지 인근의 동포들에게 배포되었다. 오자와 탈자 일부를 바로잡았다.>
남과 북, 조선과 미국은 오랜 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왔고, 그래서 순식간에 짝짜꿍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갈등도 있을 수 있고 위기도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헤쳐 나가며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이고.
분단과 더불어 남에서 북을 연구할 수 있는 학문의 자유는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지금도 상당히 제약이 많은 편이고.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에 대한 보도는 <내외통신>이라는 족보미상의 기관이 제공해주는 것만 읽어야하는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해외의 학자 와다하루키나 부르스 커밍스, 스칼라피노, 서대숙, 이정식 교수의 책이 인기가 짱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학계에서 가짜로 낙인찍힌 이명영의 가짜 김일성론과 허동찬의 과장된 김일성론이 아주 오랜 기간 사람들을 세뇌했다. 교과서에도 가짜라고 실렸으니까. 북을 욕하면 일단 칭찬받는 분위기도 아주 오래 지속되었고. 사실일 필요도 없었다. 누가 검증할 수도 없는데. 그러다보니 좀비도 아닌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는 인육설도 영화가 아니라 버젓이 뉴스에 나오고.
현송월이란 사람이 포르노 촬영으로 처형됐다고 대서특필하던 언론들. 그가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 방남을 해도 누구하나 오보를 사과하지 않는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면 되는 일이다. 근데 아직도 이런 일들이 2018년 5월에도 반복되고 있다. 북에서 입장료 만 불을 내라고 했다거나, 북에서 장교가 월남을 했다거나. 왜 이렇게 경솔한가?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뭐가 그리 급한가. 요즘 <팩트 체크> 무척들이나 좋아하던데 왜 그걸 안하나 북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북이 갑자기 돌변했다고, 태도를 바꿔 본색을 드러냈다고?
지면이 제한이 있으니 두 가지 내용만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한미군사훈련을 용인한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하고는 왜 문제 삼냐고? 우리 <텍스트> 정확하게 확인하자. 팩트 체크니까. 이 얘긴 남북 정상이 회담을 준비하던 3월 5일 나온 이야기다. 4월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예년 수준에서 진행된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양보였고. 한겨레 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가 원문이다. 그리고 4월 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공동선언문이 나왔다.
맥스 썬더는 5월 11일부터 시간된 훈련이다. 판문점 회담 이후 한미훈련이 진짜로 조절이 되기는 했는데 김정의 위원장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더 세게 된 것. F-22 스텔스 랩터 전투기 8기까지 맥스 썬더 훈련에 최초로 등장하고. 이걸 문제제기한 게 틀렸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화를 하자면서 더 큰 타격훈련을 하는데. 북에서 계속 긴장완화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데도. 그리고 공중전에서 방어전 개념의 훈련이 어딨나?
둘째, 비방중지와 관련된 내용. 북은 수령이 결심하면 당도 인민도 따라간다. 신년사가 발표되면 결사관철하기 위해 토론을 하지 맞네 틀리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령이 하지마 지시하면 비방은 순식간에 중지된다. 어떤 보도에는 북이 대화를 하면서 뒤로는 해킹을 했다고 하는 것도 봤는데, 내가 보기엔 이런 거야 말로 악의적인 세력이 조작을 한 것이다. 북을 이해한다면 그게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돌지 않고서는.
반면 남은 형식적으로 다원주의 사회이기에 목소리가 순식간에 일치할 수는 없다. 북이 이것을 모를 리도 없고. 하지만 판문점 공동선언의 정신을 지키도록 해야 할 의무는 남의 대통령에게 있고,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필요하면 야당의 협조도 구해야하고, 단체도 설득해야하며, 언론에게도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선정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북에는 혁명적 수령관이란 게 있다. 유일지도체계에서 나오는 내용인데,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에서 남북의 화해 분위기에 어깃장을 놓으려고 탈북한 태영호를 국회에 초청해 ‘최고 존엄’을 비난하는 간담회까지 했으니 북이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겠는가?
북에 삐라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 다원주의이기에 언론이건 단체건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면, 그걸 구실로 삼는다면 그럼 책임도 지지 못할 공식적인 합의는 왜 하나?
남북의 합의를 지킬 최종 책임자는 결국 대통령일 수밖에 없는데 이젠 야당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빠져 어깃장만 놓지 말고, 그리고 언론도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정말로.
풍계리 행사가 쑈라고? 그럼 하지 말라는 것인가?
지금 조미간에 공식적으로,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 조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핵심 의제만 있지. 비핵화에 대한 개념도 차이가 있고, 그걸 어떻게 이행할 지에 대한 것도 논의해야 한다. 큰 틀에서 합의점에 도달하니까 회담을 하는 것이고. 공식적으로 본격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두 정상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토론내용과 합의사항은 지금 치열하게 물밑에서 조정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참 까탈스럽다. 뭘 해라 이래야된다 등등 요구가 많은데 근데 북은 사실 그걸 할 의무는 없다.
풍계리 갱도 폭파도 그렇다. 쇼다, 쓸 수 없으니까 없앤다, 나중에 또 쓸 수 없도록 어떻게 폭파해야한다, 장비를 잔뜩 들고 가서 이렇게 저렇게 검증해야한다는 등등 참 말도 많다. 언론도 정치인도 전문가도 말이 많다. 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 먼저 자발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를 하는 데도 말이다. 마치 패전국을 사찰하듯.
더욱 가관인 것은 핵개발에 참여한 사람을 해외로 이주시켜야하고, 가지고 있는 핵폭탄은 미국으로 가져와서 어디다 보관해야한다고 떠드는데, 이건 저능아도 아니고 정신병자 수준이다. 왜 그래야 하는데? 아쉬운 게 누군데. 지금 당장 미국의 대통령이 해결할 일은 미국 본토를 겨누고 있는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미국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안 그런가? 그 다음은 대량파괴무기가 확산되어 미국을 겨냥하는 걸 막아야하고.
북은 아주 높은 수준의 핵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갱도를 폭파해도 미임계 핵실험(subcritical test)을 통해 더 정밀하고 파괴력 있는 핵무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이거 애기도 하자.
핵개발과 핵무기개발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북에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고급 우라늄 약 2600만 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사용하는 우라늄은 수만 톤. 남의 전기는 약 30%를 원자력 발전소를 통해 얻는다. 그런데 북은 자원도 풍부하고 기술도 있는데, 북은 평화적으로 원자력을 이용하면 안 되나? 그게 싫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주며 그걸 막아야 하고.
풍계리 행사는 북이 “우리는 핵무력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의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말뿐이 아님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비핵화를 향해 실천적 조치를 시작합니다”라고 세계에 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내 눈에는. 근데 그걸 이래라 저래라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하며 악의적으로 씹어야겠나?
그날 미국 대표는 셋이었다
계속 카메라를 피한 노란 넥타이 사나이의 정체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로 방북했을 때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앤드류 김 CIA 코리아 임무센터 센터장. 조미간 협상을 이끌었지만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얼굴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회담에 들어간 미국 대표는 폼페이오와 앤드류 김 둘이 아니라 셋이다. 사진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키가 크고 노란 넥타이를 맨 사람. 그를 위해 물 컵과 서류도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었고, 미국측 서류가방도 들고 왔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 살펴봤는데 그가 앉았다가 일어난 흔적도 있고. 그런데 그의 존재는 왜 베일에 가려져 있을까? 사진에서 그의 존재는 모두 뺄 수 있었지만 동영상은 그러질 못했다. 난 그걸 봐서 찾았고. 먼발치에서 보이는 그의 영상이지만 대충 얼굴 형태도 보이는데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 그것!
트럼프 대통령이 극복해야할 오만 편견 그리고 무지
5월 17일 볼튼의 리비아식 해결이 문제가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을 달랜답시고 “회담에서 결과물이 나오면 미국과 북한은 좋은 관계를 가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강력한 보호를 받을 겁니다” 이렇게 말했다.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김정은 위원장은) 안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건 정말 이북의 개도 소도 웃을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뜻에서 한 이야기라고 믿자. 자기가 원하는 비핵화에 합의하면 잘 보살펴준다는 이야기로. 근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 여러분은.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제국주의적 발상과 우월주의에 너무 심하게 빠져있어서 뭐가 뭔지 파악이 안 되는 것 같다. 오만+편견+무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않고는 그런 발언을 할 수가 없고.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채 수도로 만들려는 예루살렘. 국제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미국 대사관을 옮긴 것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제 정신으로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이걸 보면서 내가 생각한 사람이 에드워드 사이드. 그는 아이비리그인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제국주의에 근거한 서양 위주의 사고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사이드는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노력했고. 사진설명을 참고하시라.
각설하고, 북의 입장에서 ‘미제는 철천지 원쑤’다. 가장 못 믿을 존재이고. 가장 고통을 준 것도 미국이다. 그 고생을 하며 그 나라와 대항하려고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는데, 그걸 모두 포기하면 확실하게 정권도 나라도 보호해준다니 이게 어떻게 제 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인가? 그걸 체제보장 어쩌구 하면서 떠드는 언론도 가관이고.
여러분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건 아니건 북은 주체사상에 뿌리를 둔 나라다.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 이게 핵심이다. 이걸 바탕으로 발전해왔고, 조선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지킬 원칙이다.
북의 입장에서 보면 믿고 의지할 것은 수령과 당이요 인민군대다. 뭐든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고. 그런데 가장 강력한 적으로부터 수령과 당과 국가가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이게 어떻게 말이 되나? 한 번 믿어보라고? 그럼 북측의 입장에서 따져보자. 얼마나 미국이 믿을만한지.
미국은 과연 믿을만한 조선의 동반자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를 믿으라고, 자기가 조선과 김정일 위원장을 보호해 준다고 하니까 미국이 얼마나 약속을 귀히 여기는지 팩트 체크.
첫째, 조미관계. 1991년 이야기. 당시에도 핵문제가 제기됨. 12월, 5차 고위급회담 개최. 핵문제 우선 해결하기 위해 핵사찰을 받아들이나 동시에 남한의 주한미군기지 등도 사찰하기로 거론. 회담 후 비핵화공동선언문 채택. 92년 1월, 김용순 국제담당비서가 미국을 방문해 아놀드 켄트 국무차관과 회담. 그리고 “유익하고 건설적인” 회담을 마치고 귀국. 1월 30일 국제원자력기구와 핵안전협정 서명. 4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 91년 5월부터 93년 2월까지 성실히 사찰 받음. 근데 2월 25일 뜬금없이 국제원자력기구가 신고하지 않은 다른 곳까지 특별히 사찰해야겠다며 특별결의안 채택해 북을 농락함. 3월 12일 자주성을 귀히 여기는 북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자, 누가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않았나?
둘째, 한미관계. 2007년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2018년 2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아주 아주 나쁜 거래였다. 그 협정은 재앙”이라며 “재협상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으면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간의 협정을 존중하는 태도인가?
셋째, 이란 이야기. 2015년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핵협정 체결. 2018년 5월 8일, 국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이란에 대한 경제재제 돌입. 5월 21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개발 포기를 포함해 12가지 항목 나열하며 백기투항 요구. 아니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협박.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엄지척을 하던 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이다. 일관성이 있고 신뢰가 가나?
자, 여러분이 북의 입장이라면 미국과 일괄타결 하시겠나?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 하원 국민의 지지를 받아도 김정은 위원장과 합의하면 그걸 사안에 따라 의회의 비준도 받아야하는데. 근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그렇게 높은가?
북은 단 한 번도 체제보장을 원한 적이 없다
근데 왠 체제보장 타령 경제지원 타령인가
우리 ‘텍스트’에 충실하자. 해석보다. 원전을 읽자. 기독교인이 성경은 안 읽고 해설서나 설교만 들으면 어떤 결과가 있겠나?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면서 <멕베드> <햄릿>은 반복해서 안 읽고 브래들리가 쓴 해설서만 읽고 있으면 어떤 결과가 있겠나? 북도 마찬가지.
북을 알려면 꼭 읽어야하는 책들이 있다. 수령의 로작들. 김일성 주석의 <세기와 더불어>를 비롯해 <김일성 저작집> <김정일 선집> 등등. 양이 워낙 방대해 다 읽을 순 없더라도 중요한 것은 읽어야만 한다. 그걸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사회의 윤리규범도 만들어지고 문화도 발전하니까. 근데 이걸 열심히 읽고 북을 바라보면 정말로 예측가능한 나라가 북이다.
헌데 이북을 이해할 수 있는 일차적 서적은 단 한권도 읽지 않고, 황당한 언론 내용을 잣대로, 그것도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저게 저런 의도로 하는 말이지 색안경을 쓰고 제멋대로 추정하니까 자꾸 해석과정에서 오류가 심각해진다. 그러니 공식문서를 색안경 쓰지 말고 원문대로 읽자. 꼼수라며 해석하려 들지 말고.
여러분, 북에서 언제 한 번이라도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나? 자기의 운명을, 자기 나라의 운명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된다. 주체사상으론. 조선의 인민들에겐. 근데 왜 자꾸 체제보장 타령인가?
북이 원하는 것은 적대관계 종식이다. 김계관 제1부상의 5월 16일 담화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걸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폐지하라는 게 어떻게 정권보장 체제보장 요구인가? 근데 언론도, 소위 ‘전문가’들도 계속 그렇게 부른다. 정말 예비고사건 수능이건 SAT건 그런 독해능력으로 시험을 보면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이북의 군사력이 얼마나 막강한데 자기 나라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나?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실전배치한 마당에. 뭐가 무서워서. 그 어려운 시절도 다 견뎌왔는데. 체제보장을 언급하는 것은 의도적인 프로파겐다거나 무지다. 그리고 이런 발언을 하면 조미관계건 남북관계건 관계개선에 도움도 되지 않고.
북이 미국과의 평화회담에 나서며 언제 거지처럼 구걸을 했나? 근데 왜 잘살게 해주겠다는 타령인가? 북에서는 자력갱생의 원칙에 입각한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을 견지한다.
이팝에 고깃국을 먹는 것도 북의 인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문제이니 미국은 적대관계 청산만 신경 쓰시라. 귀신 씨나락 까먹는 개혁 개방 이런 소리하지 말고. 오지랖 넓게 부자 만들어준다는 헛소리도 하지 말고. 2017년 유엔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절대빈곤층은 4천만 명이다.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사람이. 그중 극도로 빈곤한 인구는 1850만 명이고. 이거부터 신경 써라.
머저리 같은 소리가 리비아식 보델이요 전쟁 운운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북을 박살내 버린다는 것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이야기.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하고. 펜스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북이 장난치면 리비아꼴 난다고 협박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이 실패하면 리비아꼴 난다고 하고. 아니 근데 언제는 북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위협을 당하지 않고 살았나? 그리고 이런 뻥까 발언들이 북의 인민들에게 위협이나 되나? 반미의식만 고취해서 인민들만 단결시키지. 아무런 실효도 없는 발언들은 왜 그렇게 떠드나? 미국내 보수파들을 안정시키려고 한 국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는데 그것도 좀 세련되게 할 수 없나? 잘못하다간 회담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데.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면 훨씬 신뢰가 가겠다.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 좋지 않은가. 자꾸 쇼맨쉽에 빠져 돌출발언 하지 말고.
조선인민군의 수는 100만 명이 훨씬 넘는다고 알려졌다. 고도로 훈련된, 그래서 웬만한 나라의 군사보다 나은 예비군은 7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그리고 이들은 어려서부터 수령결사옹위 자폭정신으로 무장된 상태다.
이북을 조진다고 시뮬레이션을 한두 번 해봤나? 1994년 주한미군사령관의 평가는 비록 미국본토가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한반도에서 적어도 1백만 명이 죽는다고 했다. 2017년도 12월 7일에 제프리 루이스라는 학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을 향해 핵무기 한타쓰를 쏠 경우 불발탄 터지고 일부를 미국이 막아낸다고 해도, 뉴욕에서만 1백만 명, 워싱턴 디씨에선 30만 명이 죽는다고 한다. 근데 전쟁이 가능한가?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이 날 수 없는 이유
북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판가리 싸움’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1973년에 이미 지하 100미터 깊이로 지하철도 만들고. “신천의 원한을 풀자”며 반미교양기지도 꾸렸다. 해마다 6월 25일이 되면 반미월간 행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데 이게 7월 27일까지 간다. 북에서는 7월 27일을 전승기념일이라고 하고.
북의 경우 전쟁이 터졌을 때 겁을 먹고 뒤로 도망갈 사람의 수는 다른 나라의 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소년단에서 “미제는 승냥이”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만화영화도 그렇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란 다부작 만화영화를 보면 “꽃동산의 평화”를 위한 자폭정신도 들어있으며, 주제곡 가사는 “천백 배 원쑤를 복수하리라 기어이 복수하리라” 이렇게 나간다.
전 세계에서 가장 조직화된 국가이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고. 기가 막힐 정도로.
전쟁이 나면 미국은 평양을 점령해 성조기를 꽂아야 승리한다. 안 그런가? 그런 과정에서 미국의 도시에 핵폭탄과 수소폭탄이 터질 터인데, 사람도 속수무책으로 죽을 것이다. 근데 미국의 대통령은 그가 누구이건 이걸 감당할 수가 없다.
만약 그러면 당장 미국에서 반전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폭탄이 떨어지자마자 공포에 휩싸여서. 우리가 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떼죽음을 당해야 하느냐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고. 미국의 대통령은 본토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가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절대 끌어낼 재간이 없다. 우리가 미국에 사는데, 미국 정치인이나 시민들의 생리를 모르나? 투표수와 정치자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미국 정치인이다.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아닌가가 시민들에게 중요하고.
주한미군을 당장 철수하고 전쟁을 끝내라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이외의 땅에서만 가능하다. 아니면 본토가 타격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를 입고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경우. 미국 본토를 대량학살용 전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나라와는 전쟁을 할 수가 없다. 말전쟁만 할 수 있지. 따라서 북은 미국에 상륙해 백악관에 공화국 국기를 꼽지 않고서도 성능 좋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몇 발이면 항복을 받아낼 수가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이북만이 아니다. 러시아도 있고 중국도 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할 의사도 있는가? 전쟁을 할 능력도 있고, 수단과 방안 그리고 의지도 있는 나라는 조선밖에 없다.
한반도의 정세변동에 따라 부분적인 국지전은 있을지 몰라도 전면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국지전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불붙을 수도 있는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금 상태에선 전쟁가능성은 사라졌고 보는 게 옳다,
역설적이게도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을 통해 한반도에서 있을 수 있었던 전쟁의 위험을 제거한 것이다. 남은 것은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합리적으로 할 것인가, 이거다. 가능하면 빨리. 쌍방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근데 자꾸 일부 미국의 매파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전쟁 운운하고 있고.
중국이 북을 통제해야 한다고? 그게 바로 미션 임파서블
미국은 하위동맹국들이 많다. 근데 이북은 누구의 꼬붕이었던 적이 없다. 예전에 남의 언론이 북을 소련이나 중국의 꼬붕이라 말했지만 뻥이다.
이북은 소련이나 중국의 관계에서 가깝고도 멀었다. 사회주의권이기에 가까웠고 대국주의 때문에 멀었다. 1964년의 <평양선언> 1966년의 <자주성을 옹호하자>에서 보여주듯 소련이건 중국이건 눈치 보지 않고 당시 사회주의 종주국 행세를 하던 두 대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대국주의와 교조주의를 비판하며 할 말은 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우리식사회주의와 비동맹운동을 강화했고.
중국이 북과 가깝지만 자주성을 옹호하는 북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 언론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후 다롄에서 만난 후 태도가 변했다며 중국배후설을 주장하는데, 조중관계와 북의 생리에 무지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2014년 주미 중국대사 츄이텐카이가 워싱턴 디씨에서 있었던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미국은 우리에게 '조선에 영향력이 큰 만큼 조선보고 이것을 하라, 저것을 하라고 압박하라'고 주문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중국의 안보적 이해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것은 불공평하며 서로가 함께 일하는데 있어 건설적 방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시도 미국은 지금처럼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의 비핵화를 관철하고 싶었다. 해도 해도 안 되니까 치사하게 중국을 자극한 것. 그래서 츄이텐카이 대사가 조중관계가 그런 관계가 아님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조선을 움직이는 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잘라 말했다. 근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북이 중국의 말을 들을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회담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리는 조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그만 안 열려도 그만이라고 했다. 이걸 가지고 언론은 또 호들갑을 떠는데, 언론은 너무 침소봉대가 심하다. CVID니 PVID니 그걸 가지고 차이를 찾으려고 하고. 다 그게 그건데. 조미 정상정담 어떻게 안 열리나 이 상황에서.
북도 절실히 원하지만 한반도 평화회담을 절실히 원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걸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북이 약점을 잡을까? 아니라고 본다. 북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 시간낭비하지 말고 빨리 마무리하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미국이 튕긴다고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까? 없다.
내가 보기에 북은 남과 미국에게 충분한 예의를 갖추며 성실하게 회담을 진행할 의사도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근데 이런 자세를 김계관 제1부상 지적처럼 항복으로 받아들이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문제다. 그 과정에서 사이비 전문가들과 언론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고.
언론은 북에 대해 기초도 없는 시사평론가 불러다가 발언권 줘서 갈등을 만들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극동문제연구소 북한대학원 교수들을 불러다가 강의를 해라. 그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공멸이다. 남북미 모두 공멸이다. 근데 그 길을 왜 가나? 다행스런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어려운 조건에서 인내심을 갖고 평화통일을 추진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장사치의 기질을 자꾸 외교에서 사용해서 그렇지 조미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다. 누가 먼저 시작하고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한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 제기된 문제들을 합리적 토론을 통해 하나씩 풀고, 합의된 내용은 실천적으로 지키자. 의회와 국회에서 비준할 것은 비준하고.
나는 기대가 크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을 모욕하는 돌출발언과 돌출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그러면 여러분, 내년에는 우리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킴멜센터에서 보도록 함께 노력하자!
--사진설명:
사진설명
1.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접견하는 모습을 소개한 북의 공식 사진. 미국 대표로 폼페이오와 CIA 의 코리아 임무센터장 앤드류 김의 모습이 보이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옆에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를 위해 서류철과 물 컵을 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저긴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2. 이건 북측의 동영상을 캡쳐한 것인데 폼페이오 옆 의자의 위치를 보시라. 누군가 앉아 있다가 촬영을 피한 흔적이 있다.
3. 역시 동영상을 켭쳐한 것인데 폼페이오 오른편에 가방을 든 노란 넥타이의 키 큰 남자가 보인다. 폼페이오처럼 성조기 배지도 달았고. 이게 제일 잘 나온 사진이다. 그는 비디오카메라를 피해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이 사람이 그 자리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자 그럼 그의 정체는? 그리고 기자들은 왜 이런 걸 못 보시나.
4. 모자를 쓴 채 뭔가를 던지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 던지는 것이 휴대전화라는 말도 있고 돌이라는 말도 있는데 돌이 맞을 듯. 레바논 지역에서 이스라엘 초소를 향해 돌을 던지는 모습이다. 왜 던졌겠는가? <오리엔탈리즘>에서 그가 말하는 동양지역은 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