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연초부터 베트남에 대한 일본 투자자본의 물결이 거세다. 최근 발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이후로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일본 자금의 유입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 허브 베트남에서 한국과 일본간 투자경쟁은 물론 기업간 경쟁구도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베트남 투자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일본은 베트남에 약 3억6400만 달러를 직접투자하면서 FDI자본의 약 19%를 차지했다. 이는 베트남에 투자한 51개국중 1위다.
그동안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해 오던 일본이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역시 신남방정책의 중심인 베트남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투자규모에서는 일본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FDI 선두는 일본이었다. 총 86억 달러로 전체 24.2%를 차지했으며, 2위 한국은 72억 달러로 20.3%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매입, 현지 체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개인들이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보니 비공식적인 투자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가장 많은 투자는 한국이라는 평가도 있다.
◼︎ 일본, 정부지원 앞도적 vs 한국, 정부지원 미흡으로 ‘갈수록 격차’
하지만 공식적인 투자자금의 흐름은 여전히 일본이 우위에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 공세가 거세졌다. 일본정부 주도하에 발빠르게 치고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일본무역투자진흥공사가(JETRO)가 진행한 투자설명회에는 22개 일본기업 대표단이 직접 방문해 투자기회를 검토했다. CPTPP의 발효로 세금부분에 많은 혜택이 생긴 일본기업들이 베트남의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하노이에서 열린 일본-메콩 경제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상공회의소는(JCCI) 투자처를 기타국가에서 베트남 및 메콩강 인근 국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메콩 경제공동위원회 고바야시 요이치 위원장을 접견한 응우웬 쑤언 푹 총리는 JCCI의 제안에 대해 크게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베트남 정부가 일본 단체와 기업들이 사업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줄 것을 약속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일본기업들에 대해 일본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광고와 판매, 베트남 시장정보를 비롯해 베트남 기업과 연계를 맺을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은 일본계 기업, 특히 일본계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일본에 비해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체계적이고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 업체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오래 전 살던 교민들이 민원을 해결해 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한국내에서도 크게 이슈가 됐던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기업이 야반도주 한 사례는 베트남에서 이미 비일비재 하지만 그동안 교류와 원활하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해 연말 남부 동나이 성 조원섬유대표와 관리자가 근로자 40여명의 임금과 은행채무를 남겨둔 채 야반도주했다. 이 회사 대표 김대근씨는 2개월 동안 40여명의 근로자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고, 사회보험료 1억2000만 동(약 600만 원)도 체납되어 있다. 이 지역 은행에는 약 230억 동(약 11억5000만 원)의 부채가 있다.
또 다른 한국인 회사인 텍스웰비나에서도 대표가 야반도주하면서 직원 1900여명에 대한 1400억 동(약 70억 원)의 밀린 월급과 사회보험료 약 311억 동(약 16억 원)을 체납한 사건이 발생했다.
호찌민에서는 한국 의류업체 남프엉의 대표가 수백명의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잠적하는 등 경영이 어려워진 한국기업들이 책임을 지기보다는 야반도주 하는 바람에 지역사회에서 큰 반감을 사고 있다.
다낭시에서는 지난해 8월 한국 섬유기업인 TBO비나 경영진이 직원들의 각종 보험료와 급여 120억 동(5억784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몰래 귀국했다. 이 회사 소속 근로자 500여명은 아무 대책없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아시아교류협력센터 차상근 사무국장은 “매년 6~7%씩 성장해온 베트남 시장은 이제 저가의 소비시장을 넘어 글로벌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며 “일본의 경우 베트남시장 자체뿐만 아니라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장 전체로 통하는 교두보로 보고 정부와 글로벌기업들이 몇년 전부터 집중적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효율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들 사이에선 치열한 한-일전
이미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한-일전이 치열하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대표기업이 없는 일본이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제품과 가전시장을 두고는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일본의 소니, 파라소닉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는 더 치열하다. 점유율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통해 베트남 수입차 시장에 거세게 진입하고 있는 도요타, 닛산 등 일본 브랜드와 현지 기업과 제휴해 조립완성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급수입차 브랜드로 인식된 일본차에 대해 그동안 택시와 그랩 등 주로 운송관련 중저가 시장을 장악한 현대-기아차가 SUV를 비롯해 포드 트랜짓이 점유하던 상용차 시장으로 점차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로는 베트남의 외국유통업체 빅3인 ‘롯데-에이온-빅씨’ 중 한국의 롯데와 일본 에이온이 한-일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롯데가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롯데는 하노이의 노른자위땅이라 불리는 시푸차 몰을 인수한 뒤 확장건설에 들어갔다. 반면 에이온몰은 하노이 외곽에서 오픈했지만 갈수록 유입고객이 떨어지면서 상가를 빠져나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CJ의 경우 베트남 영화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현지 식품회사들을 인수해 내놓은 냉동제품은 베트남에서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음식 체인이라든지 의류 사업에서는 일본이 압도적이다.
일본은 유니클로와 무지 등 대표적인 의류잡화 브랜드들이 올해 베트남에 입점하면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식음료의 경우 스시체인과 고베고기를 앞세운 BBQ체인들이 베트남의 고급식당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