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택시업계들이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그랩(Grab)에 대항해 과감한 투자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고 서로 협업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반격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들의 약점을 인정하고 선진국 사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가면서 외면하던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 것은 물론 그동안 현지 택시를 기피하던 외국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4일(현지 시간) 택시업계에 따르면 우버의 동남아 사업권을 인수한 그랩과 인도네시아를 평정하고 시장을 동남아로 확대중인 고젝의 베트남 버전인 고비엣, 토종 자본을 기반으로 한 패스트고 등이 본격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경쟁을 펼치면서 베트남에서 택시들은 한동안 설 자리를 잃었다.
고객들도 불친절하고 미터기를 조작하는 현지 택시보다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최적의 거리와 합리적인 요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차량공유서비스를 선호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택시업계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베트남 최대 택시그룹 중 하나인 마이린 그룹(Mai Linh Group)은 호치민에서 개인자동차 소유자들과 협동조합 형태의 개인택시 사업인 '호아빈싼택시(Hoa Binh Xanh Taxi)'운영을 시작했다.
차량 브랜드와 색상에 상관없이 누구나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호아빈싼의 로고와 택시 표시등을 장착하고 콜센터 1055와 마이린 택시를 배차앱을 통해 고객과 연결한다. 마이린 그룹은 운전자들에게 제복과 무료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택시 조합에 소속된 점만 제외하면 모든 점에서 그랩과 동일하다.
하노이에서는 전통 택시를 운영하던 회사들이 새로운 브랜드인 'G7'으로 뭉쳤다. 가장 큰 택시회사인 탄 콩 택시(Thanh Cong), 바 사오 택시(Ba sao), 사오 하노이 택시(Sao Hanoi) 등이 통합했다.
㎞당 약 9900동(약 480원)의 요금과 피크시간대 별도 할증 없이 운영하며 그랩보다 낮은 가격대로 경쟁력을 키웠다. 신차구매는 물론 서비스 교육도 한결 업그레이드 했다. 약 3000대 택시를 운영하며 G7전용 앱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시업계의 이런 변화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덕이 크다. 일본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법으로 금지된 유일한 국가다. 대신 세계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운전기사는 택시 회사 소속으로 특별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고객에게 목적지를 듣게 되면 요금을 미리 알려주고 합석도 없다. 경쟁사끼리는 고객 공유를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이용하도록 협업한다. 고객에게 항상 친절한 것은 기본이다.
G7택시 대표는 "변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 2년 내에 베트남에서 가장 큰 택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택시들의 이런 변화는 조금씩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마이린이나 G7택시의 경우 자국민뿐만 아니라 그동안 현지 택시의 불친절함과 요금사기 때문에 차량공유서비스만 이용하던 외국인들에게도 호평받고 있다.
하노이에 사는 한 교민은 "요즘은 일부 시간대에는 그랩보다는 할증이 붙지 않는 마이린이나 G7을 많이 이용한다"며 "차량 내부도 청결하고 기사도 친절하다. 무엇보다 요금 때문에 시비 붙을 일도 없다"고 밝혔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