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새로 시행되는 사이버보안법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서방 IT 기업들이 굴복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발효된 사이버보안법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정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삭제해야 하고 데이터 저장 서버를 베트남에 설치해야 하며 베트남에 사무실을 둬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들에 사이버보안법 준수를 위해 1년의 유예 기간을 허락했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현지 직원들이 당국의 압력이나 체포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사무실 설치를 꺼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외국 IT 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인도는 최근 현지 데이터 서버를 의무화하고 왓츠앱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다. 태국도 지난달 사이버보안법을 통과시켜 재계와 민간 운동가들의 비난을 샀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 시장이지만, 공산당 1당 체제로 통치되는 억압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인터넷 경제는 ‘고삐 풀린 용’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구글과 테마섹홀딩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온라인 여행, 미디어, 공유차량, 상거래 시장 규모는 90억달러(약 10조2015억원)에 달했고 2025년까지 330억달러(약 37조405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구글과 페이스북이 베트남 시장 진입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베트남 정부의 사이버보안법에 굴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의 사이버보안법은 미국 기업들의 끈질긴 로비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통과됐다. 베트남 정부는 9500만명에 달하는 시장을 외국 기업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에 베팅한 것으로 WP는 해석했다.
사이버보안법이 통과되기 전에도 베트남은 구글 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요구했다. 구글은 2009년 이후 베트남 정부로부터 총 7366건의 콘텐츠 삭제 주문을 받았고, 특히 2017년부터 검열이 심화됐다.
최근 구글 앱스토어에 베트남의 정치 인사들의 이름을 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배틀 게임이 출시되자 베트남 정부는 구글 앱스토어를 차단하기도 했다.
베트남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베트남 법을 지키고 인권을 침해하느냐, 아니면 인권을 지키고 법을 어기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불행히도 그들은 법을 지키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