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 보건기구(WHO)는 9월 27일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 세계적인 집단행동이 없다면 백신 상용화 전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지금의 2배인 2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모든 국가들은 코로나 종식을 위해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해가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월 28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백신 후보는 176개다. 176개 중 143개는 전임상 단계에 있고 33개는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일반 약물과 달리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질병을 예방한다. 그러나 백신과 약물은 유사한 임상시험 단계를 걸친다. 백신 후보는 ①전임상 ②임상 1상 ③임상 2상 ④임상 3상을 포함해 총 네 단계를 통과해 허가를 받는다. ‘동물시험’ 전임상은 조직배양·세포배양과 동물시험을 통해 백신 후보의 안전성과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유발하는 효과를 평가한다. 전임상은 주로 생쥐와 원숭이에 진행된다. 대부분의 백신 후보는 전임상 단계에서 면역반응을 생성하지 못해 임상 1상에 진입하지 못한다. 전임상 단계는 평균 1~2년 걸린다.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은 개발된 백신의 안전한 용량(dose)을 설정하기 위해 소규모로 사람들에게 접종한다. 임상 1상에서 백신이 면역원성 및 독성 기준을 통과하면 연구를 ‘확대’ 및 연장하는 임상 2상이 시작된다. 임상 2상은 임상시험 참가자 약 300명을 포함하며 참가자를 특성에 따라 분류해 백신의 안전성을 검토한다. 임상 1/2상은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1상과 2상을 합치는 방법이다.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3상은 2상에서 성공을 거둔 백신 후보를 3000명에게까지 접종하는 대규모 연구다. 임상 3상은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로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들과 위약을 접종하는 사람들을 비교·분석해 백신 후보가 많은 사람에게 안전한지 검토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지 검토한다. 백신 후보가 전임상, 1상, 2상, 3상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다.
임상 3상을 시작한 개발사는?
임상 3상을 시작한 백신 개발사는 총 8개다. 이는▲영국 옥스포드대-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우한생명과학제품연구소(Wuhan Institute of Biological Products)-시노팜(Sinopharm) ▲중국 베이징생명과학제품연구소(Beijing Institute of Biological Products)-시노팜 ▲미국 모더나-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미국 바이온텍(BioNTech)-중국 Fosun Pharma-미국 화이자를 포함한다. 이외에 임상 2상에 돌입한 백신 후보는 2개다. 임상 1/2상에 시험 중인 백신은 11개, 임상 1상은 12개다. WHO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지난 4일 사노피·GSK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를 임상 1/2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백신은?
미국 제약업체 존슨앤존슨(J&J)이 코로나19 백신 3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존슨앤존슨 백신은 통상 2회 접종이 요구되는 타사 코로나 백신들과 달리 1번만 맞아도 되고, 냉동할 필요가 없어 편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폴 스토펠스 존슨앤존슨 CSO(수석과학자)는 23일 트럼프 행정부및 국립보건원(NIH) 관리들과 공동으로 가진 회견에서 3상 돌입 소식을 전하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께 마지막 임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험 대상 인원은 6만 명으로, 미국 등 전 세계 215곳에서 진행된다. 스토펠스 CSO는 내년 10억도스 분량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존슨앤존슨의 백신 개발은 다른 선두 업체들보다 두어 달 늦었지만 임상 규모가 가장 대규모다. 또한 2회 접종이 아닌 1회 접종이라는 점은 전 세계 인구에 되도록 빨리 면역력이 생겨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이점이다.
국내 개발 현황은?
10대 제약사 중 7곳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GC녹십자(대표 허은철)와 종근당(대표 김영주)이 임상 2상에 나서거나, 승인을 따내며 상대적으로 앞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은 이제 임상 1상에 들어가거나 승인을 받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10대 제약사 7곳 가운데 종근당과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 대웅제약(대표 전승호), 보령제약(대표 안재현·이삼수), JW중외제약(대표 신영섭·이성열) 등 5곳은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대표 이정희)과 GC녹십자는 항체·혈장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다수의 제약사가 추진 중인 약물재창출 방식은 신약 후보물질을 처음부터 찾지 않아도 되고, 독성시험 등 안전성 검증 단계가 필요 없어 시간이 단축되고,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정리 엄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