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곳 성지를 찾는 기독교인들의 발길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성묘 교회에서 집전된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신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이 교회는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가 묻혔다가 사흘 만에 부활한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로, 가톨릭과 정교회 등 여러 기독교 교회의 공동 성지다.
통상 부활절 기간이 되면 성묘교회는 순례객들로 대만원을 이루지만 전쟁이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맞이한 이번 부활절에는 분위기가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 거리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활절이면 이곳에 몰려들던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전 이후 이스라엘 점령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이 검문소를 거쳐 예루살렘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인도주의 참사에 직면한 가자지구의 분위기는 더 암울했다.
가자시티의 성가족 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는 팔레스타인인 신자 수십 명 정도만 참석한 가운데 집전됐다.
가자시티에 사는 기독교 신자 위니 타라지는 "여느 부활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집, 재산, 아이들 등 모든 걸 빼앗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을 잃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지금까지 3만2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도시 베들레헴도 조용한 모습이었다. 주요 교회에서는 신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베들레헴 주민 조지 카나와티는 "올해는 명절 분위기도, 즐거운 분위기도 없다. 명절이지만 아이들의 기쁨과 웃음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