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파란만장한 중국 이민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올해 안에 완간된다.
명말청초인 17세기 초 중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조선족은 1952년 연변자치주 설립까지 400년에 걸쳐 험난한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역사를 갖고 있다.
항일무장독립투쟁과 국공내전 과정에서는 2만여 명의 조선족이 중국땅에 피를 뿌리는 등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연변대와 연변인민출판사가 연변조선족자치주 설립 60주년(2012년)을 기념해 이 같은 역사를 기록한 '조선족 사료 전집' 발간에 착수, 1차분을 발간한 지 5년 만에 대장정의 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변대 등은 이를 위해 2000년부터 10년 동안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중국 이민사를 알 수 있는 문헌·구비자료, 영상, 사진을 수집하는 등 기초작업을 벌여왔다.
이어 2010년부터 조선족 사학자들과 연변대 민족역사연구소·고적연구소 등 역사연구단체 전문인력들이 방대한 자료에 달려들어 항일투쟁 기록을 정리하고 국내외 문예·언론자료를 헤집어 역사·정치경제·문화예술·민속 등 8개 분야로 분류했다.
'문화예술편'의 경우 1914년 지린성 옌지(延吉) 광성중학교에서 발행한 '최신창가집' 등 희귀문헌의 노래·기악곡을 담았다. 또 '역사편-이주사'에서는 이광평 전 룽징(龍井)박물관장이 조선족 노인 180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원고지 9천500매 분량의 글과 170장의 사진으로 생생한 역사를 보여준다.
2010년 12월 1차분 '역사편-회상기'를 시작으로 해마다 꼬박꼬박 15권 정도 발간해 현재 76권까지 시중에 배포됐다.
올해 말 6차분 24권이 완간되면 총 100권 1억2천만 자 가량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게 된다.
이 전집은 2002년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의 중점 출판물 목록에 올라 지원금을 받았으며 작년 6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전시돼 출판인과 한국 사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연변자치주 관계자는 20일 "조선족 사료전집은 광범위한 자료발굴과 수집, 체계적 정리를 통해 조선족의 역사와 발전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며 "조선족 역사연구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연변인민출판사 측은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스스로의 힘으로 이 같은 방대한 내용과 분량의 사료집을 펴내는 민족은 찾기 힘들다"며 "조선족 정체성을 지키고 고유 문화를 전승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