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과 국적을 초월한 한 목소리의 힘
범죄인 인도법 시위에 홍콩인 뿐 아니라 홍콩에서 살고 있고 있는 수많은 비홍콩인 출신 소수인종들도 참여하면서 함께 한 목소리를 내면서 통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작은 희망이 있다면 정부에 대한 분노가 피부색과 문화를 초월해 이들을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일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참석한 수십만 시위자들 가운데 영국 태생 파키스탄인 제인 사이드(Zain Syed)도 자신이 정착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함께했다. 그는 검은 색 옷을 입고 군중들 속에서 더위와 싸우며 시위에 함께했다. 홍콩에서 23년 간 거주한 그는 지난 5월부터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에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영상을 업로딩했으며 수많은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인 사이드씨는 ‘언론의 자유이 홍콩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이번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고도 높은 자치권을 부여받았다는 국가 정책을 언급하면서 “비록 2047년이 일국양제 시스템이 종료되는 해이지만 홍콩이 약속된 날보다 앞당겨 중국에 동화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범죄인 인도법을 반대하는 자들 모두 진정으로 홍콩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으며 인종과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스스로 홍콩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소수인종으로 홍콩에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23년 간 홍콩에서 살면서 스스로를 홍콩인이라고 소개하더라도 ‘그런데 정확히 어디 출신이야’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기분이 상한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 함께 참여하면서 일부 집회 참여자들이 이들의 문제에 함께 동참하고 지지해준 것에 대하여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은 범죄 용의자를 다른 나라로 인도를 허용하는 법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가 이 법안을 이용해 중국 체제에 반대되는 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중국 본토로 강제로 인도하여 불공정한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키스탄 태생 싸레 하페즈(Saaleh Hafeez, 21세)씨도 비록 파키스탄 출신이지만 홍콩에서 자랐으며 스스로를 홍콩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 관련 영상들을 우르두어로 번역해 파키스탄인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있으며 목숨을 잃은 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꽃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나 스스로를 홍콩인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번 시위는 나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여긴 내 고향이고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 함께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 출신 사회복지사 제프리 앤드류(Jeffrey Andrews)씨가 작성한 반대 탄원서에 800명 이상의 소수인종 출신자들이 서명을 했다. 홍콩에서 10년 동안 거주한 유대인 니콜 이삭(Nicole Izsak, 54세)씨도 탄원서에 서명한 자 중 한명이다. 그녀는 지난 2014년 우산 혁명 때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며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매주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정치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면서 내가 도시의 일원임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된다. 정치적 참여는 홍콩을 더욱 잘 이해하고 나의 특권이며 나의 참여가 작은 기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 제니 라이(Jenny Rai, 21세) 또한 홍콩에서 태어나고 컸다. 그녀는 중국 정부의 통제와 영향력이 커지면 비중국계 이민자 출신자들에 대한 이민 정책이 더욱 엄격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비록 광둥어도 유창하고 홍콩 사회에 매우 잘 동화했지만, 자신과 같은 가족과 소수인종 친구들이 완전히 융합되기 위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부 홍콩인들은 우리가 홍콩에 ‘기생’하는 자들이라고 색안경일 끼고 있으며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 우리를 가장 먼저 홍콩에서 내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범죄인 반대 시위가 이러한 편협된 인식을 제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소수인종 출신자들이 홍콩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단지 홍콩인의 자원을 빼앗는다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기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인들과 같은 입장에서 함께 싸워나갈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6월 16일 거리 시위 중 ‘Go, HongKongers!’ 구호를 외쳤을 때 비록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홍콩인이고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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