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제한·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 영향
(사진=scmp)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홍콩 법원의 IT 기술 도입이 코비드19 ‘덕분에’ 홍콩 법원에 유례없는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코비드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실시되면서 홍콩 법원이 화상 회의, 유선 회의 등 원격 재판을 실시한 것이다.
지난 2월, 림스키 위엔(Rimsky Yuen) 법정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수백만 달러 소송 건의 원격 재판을 위해 사무실에서 스피커 폰을 이용해 상대 변호사팀과 판사와 연결하여 공판을 진행했다. 관련 서류는 종이로 인쇄하는 대신 태블릿 PC를 통해 열람할 수 있었다. 이 재판은 홍콩에서 유선 전화로 실시된 최초의 원격 법정 재판으로 기록되었다.
그동안 진보적 변호사와 법률 전문가들은 홍콩 법원의 IT 시스템이 다른 해외 국가보다 도입이 느리다고 주장해왔다. 림스키 위엔 법정 변호사는 “코비드19 사태가 법률 산업을 포함해 여러 부문에서 IT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고 말하며 “모든 재판 유형에 원격 재판이 적합하진 않지만, 홍콩 사법부의 IT 기술 도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코비드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지난 1월 29일부터, 법원과 등록 사무소들이 휴회 기간을 가졌다. 형사 사건, 시간적으로 민감한 법원 명령건, 보석 신청 등 긴급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송 및 재판들이 중단되었다.
사법부 대변인은 휴정 기간 동안 사법부 심리, 민사 소송 등 10건의 재판이 화상 또는 유선 등 원격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전염병 확산이 완화되면서 5월 4일부터 법원 업무가 재개되었다. 법원에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체온을 재고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며, 법원 로비와 법정 내 좌석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사법부 대변인은 배심원 참여 재판의 경우, 미국처럼 줌(Zoon) 등 화상 회의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배심원 간 좌석 간격을 벌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법률협회는 “이번 달 초, 변호사협회와 IT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술위원회가 법원 화상 회의 장비 테스트를 실시했다. 화상 회의 장비 테스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고위 관계자가 참여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림스키 위엔 법정 변호사는 “현재 코비드19 사태 이후에도 당분간 비행기 운행이 원활하지 않고 입국 제한 조치가 언제 완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홍콩 법원은 기존과 다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비드19 사태로 홍콩 비거주자의 홍콩 입국이 금지되면서 모스크바에 거주 중인 증인이 화상 회의를 통해 증언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4월 초, 고등법원 제리미 푼(Jeremy Poon) 판사는 원격 화상 재판에 대한 첫 번째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원격 재판 가능한 민사 소송 유형, 판사 및 변호사들의 복장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