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엄격한 격리 규정에 사무실 전면 복귀 쉽지 않아
미국이 코비드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다가오는 6월경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자 경제활동도 이에 맞춰 서서히 돌아오는 추세다. 미국의 글로벌 은행들은 점진적으로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킬 준비 중인 데 반해 홍콩의 글로벌 은행들은 아직 사무실 전면 복귀에 신중하다.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지역 경제가 혼란스러웠던 상황 속에서도 홍콩은 뉴욕, 싱가포르와 같은 라이벌 금융 허브 도시와 달리 완전 폐쇄된 적이 없다. 홍콩 내 HSBC, JP모건, UBS 등 은행들은 사무실 내 직원 수를 50% 이하로 유지하면서 격주 또는 격월로 출근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1년이 넘도록 서로 만나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
JP모건 홍콩 사무소 대변인은 “현 상황을 계속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정부 및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사무실 내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운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홍콩과 대조적으로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은행들의 직원들은 다시 사무실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과 영국 사무실 직원들에게 6월부터 사무실로 돌아올 계획을 세우라고 공지했으며, JP모건은 7월 초부터는 모든 직원이 순환 근무 일정에 따라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은행 임원들은 대체로 팬데믹 상황이 안정화되면 사무실 전면 복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간 대면이 부족해 신입 직원들에게 기업 문화를 심어주기 어렵고 이에 따라 잠재적 비즈니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 골드만삭스 CEO는 가능한 빨리 사무실 복귀를 서두를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재택근무는 새로운 정상 근무가 아닌 일탈이다”라고 지적하고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협업, 혁신, 견습 문화가 번창한다는 점을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 많은 동료들이 다시 일상적으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라며 사무실 복귀를 강조했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는 “재택 근무자는 약 10%만을 유지한 채 대부분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할 것이다. 9~10월이면 이전과 똑같은 근무형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라며 “동료와 커피를 마실 때,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고객과의 대화에서 등 일상적인 근무 생활 속에서 자발적 학습과 창의성을 얻는데, 재택근무는 이를 제한한다”라고 말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9월 6일 이후부터는 사무실에서 정상 근무할 예정이라고 전하는 등 재택근무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찰스 샤프(Charles Scharf) 웰스파코 CEO는 대면 회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고 배우는 등 사람들이 직장에서 직접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 대부분이 함께 근무하는 방식의 장점이 크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의 은행가와 달리 홍콩 은행가들의 사무실 복귀 속도는 더디다. 이는 홍콩의 엄격한 격리 조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콩 정부는 한 건물에서 2명 이상의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체 건물 내 거주 또는 근무하는 사람들이 최대 3주까지 격리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3월 사이잉푼 헬스장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해당 헬스장을 다니던 HSBC 직원 3명이 양성 확진을 받게 되었고 HSBC 본사가 수일간 폐쇄되었다.
홍콩 은행가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에 따라 은행들의 전면 재개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 위에(Eddie Yue) 홍콩 통화청 회장은 “홍콩은 다른 금융 허브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며,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5월 20일 현재 미국 인구의 약 절반과 영국 인구의 56%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반면 홍콩 인구 700만 명 중 18.5%만이 1차 접종을 마쳤으며 이는 싱가포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한편 일부 은행들은 코비드19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 방식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시행해오면서 임대료 절감 등 회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코비드19 사태가 종식돼도 직원 대부분을 주3일 만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 씨티은행 CEO는 “코비드19로 새로운 근무 방식의 문이 열렸다며 대부분은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근무를 하고 일부 직책만 이전처럼 사무실 근무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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