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방송사 TVB가 저녁 뉴스 방송에서 간체자(簡體字) 자막을 사용해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불만을 토로한 시청자들은 정부에 23년 동안 사용한 번체자(繁體字)를 다시 사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월요일(22일) 오후 8시 반에 방송한 TVB 뉴스프로그램은 자막과 도표, 애니메이션 캡션 등에 간체자를 사용했다. 일부 홍콩 언론에 따르면 채널 85의 이름을 채널 J5로 변경하고 채널 Jade와 채널 81의 동시방송을 중단하며 오후 6시 보통화(普通話) 뉴스 방송을 채널 J5에서 채널 Pearl로 이동하는 등 TVB 채널을 새롭게 변경하면서 간체자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통신위원회는 간체자 사용과 관련하여 1만 건 이상의 불만 사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우려와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디아 모(Claudia Mo) 시민당 의원은 마크 리(Mark Lee) TVB 책임자와 엘리자베스(Elizabeth Quat) 입법회 정보기술 의장에게 TVB 자막을 번체자로 되돌리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홍콩에서 보통화(普通話)의 사용은 부적절하다. 타이완과 마카오 등 광동성 지역 사람들은 주로 광동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TVB는 홍콩을 대표하는 공중파 방송으로 반드시 자막도 광동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콩 침례대 학생회도 TVB 뉴스 자막을 보통화를 사용한 것은 “선을 넘은 조치였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TVB 담당자는 “홍콩은 국제도시로 다양한 시청자들을 겨냥해야 하고, 다양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앞으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채널 Jade와 24시간 채널 iNEWS의 뉴스는 지금처럼 번체자 자막을 사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확실히 했다.
TVB는 1967년에 설립된 홍콩 최대 민영 TV 방송으로 사장은 쇼브라더스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시아얏푸이며 대한민국의 SBS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홍콩타임스 천효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