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 속에 중국인 부호들이 올해 거액을 해외로 반출해 골드바나 일본 도쿄 부동산 매입 등에 나서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취재 결과 중국 가계와 민영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한 달에 500억 달러(약 64조7천억원)가량을 해외로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약 3년간 이어졌던 '제로 코로나' 통제가 풀리고 해외여행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중국인들이 도쿄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미국·유럽 은행 계좌로 돈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화 반출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소형 골드바를 구매하거나 외화를 환전해 짐가방에 숨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행의 골드바 판매가격을 보면 본토 판매가가 홍콩 지점보다 7% 이상 높은데 이는 중국 내의 높은 금 수요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도쿄의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선쥐먀오쏸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300만 달러(약 38억6천만원) 이상 도쿄 아파트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들이 현금 가방으로 집값을 결제해 돈을 세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33만 달러(약 4억2천만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가족들을 일본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일본 투자 비자도 딴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홍콩에 은행 계좌를 만들고 양도성예금증서 와 유사한 보험 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돈을 빼내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은행 영업 시작 90분 전부터 중국인들이 지점 앞에 줄을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한 보험설계사는 중국인들이 보험 상품에 보통 3만∼5만 달러(약 3천860만∼6천434만원) 정도를 넣어둔다면서 "아직 강력한 자금력을 갖춘 이들이 많고 이들은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투자 패키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2015∼2016년 주가 폭락 등으로 거액의 외화가 빠져나가며 위기감이 고조된 이후 외화 반출에 대한 통제·단속을 강화한 상태다.
대도시의 불법 환전상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외환 반출 창구였던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출입도 통제되고 있으며, 호텔·오피스 건물 등에 대한 해외 투자도 막힌 상태다.
중국 경제 규모가 17조 달러(약 2경원)에 이르고 중국 주력산업이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만큼 현재의 외화 유출이 경제에 즉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가 나오며, 중국 당국도 현 상황은 통제하에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외화 반출에 따른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2015∼2016년 당시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한 달에 외환보유고 1천억 달러(약 128조6천억원)를 썼는데, 지난여름 이후 환율 안정을 위해 쓴 돈은 한 달에 150억(약 19조3천억원) 달러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민간 자금 상당수는 부동산 시장에 묶인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외교협회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이 무질서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면서 "압박의 규모가 2015∼2016년 대비 훨씬 작다"고 봤다.
이에 비해 북미 지역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은 증시에서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BC 방송은 캠덴 웰스 등이 북미 지역 패밀리 오피스(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투자 자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들 기관이 상장주식에서 사모펀드 등 사금융시장으로 투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투자금의 29.2%를 사모펀드·벤처자금·사모대출 등 사금융시장에 두고 있어, 상장 주식 비중 28.5%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사금융시장 투자 비중이 상장 주식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상장 주식 비중은 1년 전의 31%보다 내려왔고 사금융 투자는 27%보다 높아졌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9054300009?section=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