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당선 소식에 홍콩 시민들 기대 반 우려 반"
지지자들, '777 승리'..."람과 홍콩에 행운을 안겨줄 징조"
독립파, "일국양제 근간 흔들릴까 우려"
26일(오늘) 실시된 홍콩 새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친중(親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ㆍ59) 전 정무사장이 777명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이날 실제 투표에 참여한 1163명(유효표 인정분)은 렁춘잉 현 행정장관 내각에서 2인자로 불리우는 정무장관 캐리 람에게 777표, 재정사장을 지낸 존 창에게 365표, 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우쿽힝에게 21표를 던져 캐리 람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줬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년이 되는 해에 치러진 ‘홍콩 제5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과 선거인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된 캐리 람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캐리 람의 당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홍콩은 이제 중국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캐리 람을 비롯해 친중파 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거의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들은 또 람이 2014년에 있었던 ‘우산혁명’을 강경진압해 혼란에 빠졌던 홍콩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중국이나 중국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직선제와 일국양제(一國兩制) 보장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홍콩의 독립과 민주화를 꿈꾸는 이들이다. 이번 캐리 람 당선자에게 가장 반감을 표하는 그룹일 것이다. 캐리 람 당선자가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것도 못마땅하겠지만, 지지자들과는 반대로 ‘우산혁명’ 당시 무력 진압에 앞장섰던 그녀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 없다 . 선거운동 중에도 친중파인 캐리 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중국이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셋째,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부류다. 홍콩의 간접선거제도가 시민들의 적극적 정치적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오랜 식민지 생활과 홍콩인들의 기본적인 성향 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방관자 입장을 고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향후 캐리 람의 행보에 따라 이들의 생각과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부 네티즌과 언론들은 캐리 람이 카지노에서 잭팟(Jackpot)을 터뜨리는 숫자 777표를 얻으며 당선되자 이는 람과 홍콩에 행운이 깃들 징조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렁춘잉 행정장관을 향해서는 당선 당시 행운의 숫자와 거리가 먼 689표를 얻어 그 여파로 홍콩 정부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 닥친 것이 아니냐는 억측을 부리기도 했으며, 오늘(26일) 선거에서 득표수 365표를 기록한 존 창 역시 1년 365일 원래 라이프스타일대로 편하게 살라는 뜻에서 그런 득표수가 나온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듣기도 했다.
26일(오늘) 당선된 캐리 람의 정식 취임일은 오는 7월 1일이며,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다.
[홍콩타임스 이경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