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여성학자가 해방 후 한국의 정치사회를 조명한 저서를 처음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모스크바의 고등경제대학의 나탈리야 김(36) 교수이다.
그 동안 구 소련과 러시아에서 북한 정권의 성립이나 발전 과정에 관한 저서는 적지 않게 발간되었지만 러시아 학자가 한국의 근세사를 본격 조명한 저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나탈리야 김 교수가 명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학술 연구 지원 프로그램에 당선되어 연구에 필요한 지원금(2만 달러)을 받아 저술과 출판을 마친 학술 서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러시아 등 구소련 지역 대부분의 한국학 연구나 관련 서적들은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한국 정부기관의 지원을 통해서 이뤄지기때문이다.
나탈리야 김 교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를 규정하는 많은 요인들이 분단 과정에서 생겨났고, 한국의 사회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는 해방 후부터 한국 정부 수립 기간까지의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을 분단 과정과 한국 정부 수립에 대한 연구에 바쳐 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해방 정국 당시에 좌파와 우파에서 중도파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민족 통합의 길로 나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좌우의 이념 경쟁으로 중도파가 설 자리가 없어졌고 좌와 우로 지나치게 치우진 정치 경제 체제가 남과 북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나탈리야 교수는 고려인 등 한국계가 아니라 순수한 러시아인이다. 그녀가 플로트니코바라는 성 대신 김(Kim)을 쓰고 있는 것은 러시아 관습대로 남편의 성을 따라 썼기 때문이다. 남편은 모스크바한인회장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을 역임한 김원일 회장이다.
나탈리야 김 교수는 이번 책 머리말에 “내 남편 김원일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헌사를 써넣어서 남다른 애정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김 박사는 아내가 러시아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한국 현대사, 그중에서도 한국 분단사를 연구하도록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최대의 지원자였다.
모스크바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원일 회장은 정치평론가이자 '모스크바프레스'와 '서울뉴스'를 발행하는 언론사업가로 한국과 러시아간의 사회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유학 시절 같은 기숙사에서 만난 아내와 보기 드문 순애보 속에 한-러 커플로 골인한 후 3녀1남의 다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김원일 회장은 "외람되지만 그동안 러시아 학자들이 저술한 한국 관련 책이나 논문들을 볼 때마다 항상 불편하게 생각한 것들이 자료나 출판물을 인용할 때 한국의 자료나 학자의 연구 업적이 아니라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자료와 학자들을 주로 인용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어라는 언어적 어려움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의 연구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그릇된 관행도 적지 않다. 러시아 학자들을 만날 때마다 '만일 한국 사람이 러시아를 연구할 때 러시아인들의 시각과 분석 대신 미국에서 영국, 중국 등의 러시아 시각을 반영한다면 제대로 된 러시아의 모습이 그려지겠는가? 마찬가지로 한국을 연구할 때도 우선적으로 한국의 연구자와 자료를 중요하게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남한 정치사'는 러시아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 도서관 등에 소장 도서로 이미 비치됐고 학술 서적 전문점을 중심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해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나탈리야 김 교수는 "내년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저서에 인용되고 분석된 현대사 학자들을 방문해서 책을 한 권씩 드릴 생각이다. 한국 학자분들이 러시아의 역사학자가 자신들의 연구 업적을 인용하고 분석했다는 사실을 반겨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당근이죠. 해방공간에서 중도 민족주의 인사들을 회색분자로 몰거나, 때로는 엉뚱하게도 좌파로 몰아 세워 설 자리를 잃게 한 것...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겠지요. 남과 북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한 해외 한국계 학자들이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부른 것도 생각나네요.
분단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을 규정해 버리는 이런 부끄럽고 몰상식한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지...
우리의 분단상황이 성경에 나오는 '씨뿌리는 비유'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 봅니다. 엉겅퀴(분단상황)에 덮혀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도, 잘 라라지도, 열매를 잘 맺지도 못하는 상황...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오히려 천년만년 즐기려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말세가 올거라고 믿고 미국(특히 플로리다)으로 넘어왔던 베트남 보트 피플들도 베트남을 왕래하고 대만과 중국도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고, 쿠바도 미국과 수교하여 새 세상을 맞이하고 있건만... 우린 이게 뭐냐, 이런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좋은 책 내신 나탈리아 김 교수와 '외조'로 공헌하신 김원일 박사에게 박수를!!!
Передайте мой самый сердечный привет Вашей жен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