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텡가화의 평가절하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민물가의 시금석인 빵값 인상이 예고되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국민 주식인 빵 값에 대한 지원금의 대폭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술잔 마무트베코프 카자흐 농업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빵 값이 더는 조절되거나 저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텡그리 뉴스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마무트베코프 장관은 "현재 빵 값을 저렴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70억~80억 텡게(약 263억~3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해는 최대 150억 텡게(약 565억원)까지 소요되기도 했다"면서 "이 같은 낭비를 줄이고자 빵 값을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빵 값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종전보다 약 80% 줄어든 15억 텡게(약 56억원) 수준이 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현지 빵 값은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온라인에서는 관련기사에 "빵은 우리 핏속에 있다", "당신이 틀렸어", "이게 무슨 소리냐" 등 당국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의 이런 반응은 최근 자국통화인 텡게화의 달러당 가치는 급락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동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빵 값 지원금은 삭감하되 임금동결은 고수할 것으로 전해져 주민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는 저유가에 따른 재정수입 악화로 그동안 민생 안정을 이유로 당국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관리변동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지난 8월 도입했다.
이후 불안심리와 각종 투기세력의 난입, 계속되는 유가 하락세로 달러당 텡게가치는 관리변동환율제 때보다 무려 60% 이상 폭락했다.
카자흐 정부는 그러나 통화가치 추락에 따른 급격한 물가인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각 기업의 임금은 동결하고 일부 공무원의 임금은 되려 깎는 등 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