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만 한국 축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몇몇 작은 도시에서도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려 한국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옹플뢰르, 낭트, 라로셸, 몽페리에로 이어지며 지역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개인의 열정으로 시작되었지만, 지역 사회에서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프랑스 지방의 '한국 축제'들을 소개한다.
몽펠리에, '페스티발 코레디씨' (Festival Coreed'ici)
프랑스 남부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도시이자 대학도시인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는 열리는 코레디씨 페스티발은 올해 4회째를 맞이하여 “평화를 위한 제례와 축제”란 테마로 11월 14일부터 2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미술·사진전, 국악공연, 영화, 무용, 음식, 한글 등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문화를 선보인다.
'코레디씨'는 프랑스의 코레그라피(프랑스측 예술감독 남영호)와 한국의 ㈜정아트엔터테인먼트(한국 측 예술감독 이연정)가 협력해 만든 한국문화축제로 몽펠리에 시의 주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라로셸, '이씨 엉 코레 (Ici en Corée)'
라로셸에서는 올해 제 2회 “Ici en Corée” 한국문화축제가 10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는 전통음악, 케이팝 공연, 영화 및 다큐멘터리 상영, 회화 및 서예 전시회, 공예품 전시회, 한국 사진전, 한식행사 한국의 전통차와 다례, 한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프랑스 서부해안에 자리한 라로셸에는 한국어와 한국학 전공이 개설된 라로셸 대학이 있고, 파리에 이어 개원한 세종학당이 있는 곳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도시이다.
옹플뢰르, '코리아 라이브' (Korea Live)
옹플뢰르(Honfleur)에서는 2016년부터 한국문화축제 “코리아 라이브‘가 열리고 있다.
이 축제에는 한국현대 미술 페어는 물론 한국문화체험(나무 피리, 한복, 보자기, 도자기, 안동 하회탈 제작 공방, 서예 교실, 만화 초읽기)과 한국의 전통음악과 음악, 마당놀이,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손차룡 작가가 주도하는 ‘코리아 라이브’는 2014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처음 개최되었고, 옹플뢰르에서는 2회째 개최된 것이지만 해마다 옹플뢰르 한국문화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옹플뢰르는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로 일 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관광지이다.
낭트, '한국의 봄'(Printemps Coreen) 축제
프랑스 북서부에 자리한 낭트에서는 매년 5∼6월에 '한국의 봄'(Printemps Coreen)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는 2009년 한국인 입양아 출신 미라 보데즈와 거문고 연주자 이정수씨가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낭트에 알리기 위해 민간인 주도로 시작했다.
2013년 노리단과 결합하고, 한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규모가 커지면서 매년 3천명여명의 관람객을 찾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로 6회를 맞은 ‘한국의 봄’ 축제는 20여 개의 전시와 공연으로 해마다 다른 테마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의 테마는 ‘한국영화’였다.
파리와 몽페리에, 한국무도 페스티벌 (Festival des Arts Coréens)
그외에도 한국의 무예를 알리는 무예문화축제도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이강종 사범을 중심으로 해마다 5월에는 '한국무도 페스티벌(Festival des Arts Coréens)'이, 12월에는 몽펠리에에서 '한국 무예 세미나 (Séminaire des Arts Coréens)'가 개최된다. 무예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 프로그램과 한국음식과 같이 나누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축제이다.
이강종 합기도 사범은 유럽. 아프리카에 3.000명의 제자가 있는 무도인으로 각국의세미나에 초청되어 다니며 무예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는 무술인이자 문화콘텐츠 기획자이다.
또한 해마다 4월이면 프랑스인 제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여 직접 한국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다.
프랑스 소도시의 코리안 페스티벌에도 국가적 관심과 지원을
분명 프랑스에서의 한류의 바람은 불고 있다. 풍요로운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류가 더 확산될 가능성은 크다.
연중 축제가 끊이지 않는 프랑스는 타국의 축제라도 시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많은 시민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잘 활용해서 한국축제를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와 교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은 물론 주불대사관, 한국문화원의 관심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낭트에서 10여년 가까이 이어 온 ‘한국의 봄’ 축제가 그 좋은 예다. 처음엔 개인의 주도로 시작됐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주불한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규모가 커지면서, 낭트의 인기있는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시에서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주기에 이르렀다.
반면, 몽펠리에 ‘페스티발 코레디씨'는 남영호 예술감독이 몽펠리에 시의 협력을 받아 처음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시는 무료 대관부터 직간접인 행정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었지만, 참가자 섭외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에서 일부 출연자 항공료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열정과 한국 예술인들의 노력, 몽펠리에 시의 협력으로 올해 4회 째를 맞고 있는 이 축제에 대해 최근 몽펠리에 시 의회에서 "다른 국가들도 많은데 '페스티발 코레디씨'에만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의의를 제기, 내년 예산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칫 4년 여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온 '한국 축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파리에서 해마다 열렸던 “한국소리 페스티벌(Festival K-Vox à Paris)”도 올해는 열리지 못했다.
한유미 예술감독과 에르베 페조디에 주최로 6월이면 판소리, 연극, 영화, 다큐멘터리, 학술 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유러피언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대회’도 개최해 한국의 전통 예술 문화를 알려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프랑스 인 관람객이 90%가 넘을 정도로 한국의 전통음악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해 온 축제가 이렇게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방에서 펼쳐지는 한국축제는 국가 차원에서 특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 불씨를 살리고 키워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 프랑스 지방에서 한국 문화원이 독자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자생적인 한국축제를 발굴하고 협력해서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것이 한국문화원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지방 소도시에서 펼쳐지는 ‘코리안 페스티발’들이 멈추지 않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축제의 장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