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발행된 우표의 주인공으로 한국인 이관영 사범이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에서 발행한 현지 국가의 우표에 한국인 태권도 사범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우정공사(La Poste)는 프랑스 태권도 보급 50주년을 맞아 이관영 사범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1.50유로)
기념우표에는 50년 전, 프랑스에 태권도를 처음 보급한 프랑스 태권도의 대부 이관영 사범의 상반신 옆모습과 함께 프랑스 태권도의 역사가 기록된 1969-2019년도, 아래로 ‘이관영’ 이라는 한글 이름이, 그 아래로는 50 ans d’enseignement EN FRANCE 라는 불문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일흔 넷이 넘은 백발의 모습이지만, 아직도 무사의 기품이 느껴지는 이관영 사범의 인생은 태권도에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69년, 태권도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프랑스로 건너와 이미 보급되어 있던 가라데 무도인들의 도전을 태권도의 발기술로 꺾으며 태권도 보급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에 파리 6구 카르티에 라텡 지역 뒷골목에서 칼을 든 깡패 13명을 때려 눕히는 대활극을 펼친 사건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신고를 받고 달려왔다가 이를 본 파리 경찰의 눈에 띄어 무술 사범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1981년 프랑스 내무부에 특채된 그는 경찰청 특수범죄수사대에서 경호 교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사격, 경호, 체포술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등 프랑코폰 권역을 휘젓고 다닌 그는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이전에 심신을 단련하는 무예로서의 태권도를 심었다.
그는 프랑스에서만 제자 5만여명을 길러냈다. 지금도 ‘이관영 한국무술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태권도와 합기도 등을 전수하고 있다.
또한 그의 인맥은 전방위적이다. 적지 않은 프랑스 정재계, 체육계, 연예계 등유명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다.
이번 우표 발행도 각 부분에 퍼져 있는 그의 제자들이 주도했다.
공기업인 프랑스 우정공사의 기념우표 발행은 반드시 공익적이어야하며, 까다로운 심사절차가 필요하다.
사부인 이관영 사범에게는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졌다. 엄격해서 선물을 줘도 안받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기에, 제자들끼리 의논을 한후 절차를 밟은 것이다.
“며칠 전 제자들이 점심을 먹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는데, 식사를 하고 나더니 포장된 봉투를 내밀더군요. 열어보니 내 얼굴이 새겨진 프랑스 태권도 보급 50주년 기념우표 셋트였습니다.”
“한마디도 못하고 눈물이 흘러 나오더군요.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가문의 영광이고 교포로서 자랑스럽죠.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만족합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26대 재불한인회장을 역임했고 그동안 꾸준히 프랑스에 한국을 알려온 그는 프랑스 태권도 50주년을 맞아 내년 초에 파리 벡시에서 ‘한국무술의 밤’을 계획 중에 있다. 15000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프랑스가 유럽의 태권도 선도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