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로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비법이죠"
비빔밥으로 한국음식을 알리는 비빔조아 채호임 대표
한류 열풍이 뜨거운 프랑스에서 K-팝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한국어·패션·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이 K-푸드, 한국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치솟는 물가와 소비 긴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식당의 경우는 파리에만 300여개의 식당으로 늘어날 정도로 프랑스에서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2011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비빔밥,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시작해 체인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 비빔조아 채호임 대표를 만났다.
프랑스에 처음 오게 된 계기는?
성악 공부를 위해 1992년 초에 프랑스에 유학 왔습니다. 1990년대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돌아온 유학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성악으로는 좀 덜 알려지고 생소한 프랑스에 유학을 왔고, 어학과정을 거쳐 음악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꿈꾸던 음악을 공부하셨는데 식당으로 전환한 이유는?
유학을 하던 중 결혼을 했어요, 아이들도 낳고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공부를 끝낸 후에는 성악관련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해외지사 발령을 받아 부산에서 살 때인 2000~2003년 사이에는 부산국제학교 성악강사, 부산 그랜드 오페라 성악코치 외에도 다수의 국제 성악 콩쿨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공연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해외지사 일이 끝나 프랑스에 돌아왔 때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성악 일은 무대에 서는 것부터 시작해 주로 저녁에 활동해야 하기에 성악가와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 성악가의 길로 가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엄마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난 2011년 9월, 아이들의 학교와 집 근처인 16구에 분식점 규모의 비빔밥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처음 열었습니다. 그 당시엔 테이크아웃을 중국 분식점, 피자, 샐러드 및 샌드위치점 등에서만 했었고 비빔밥이나 한식을 전문으로 한 테이크아웃 식당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부산의 달맞이 고개에서 살다 와 '달맞이'란 이름의 첫 식당을 열고 8시 30분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식당으로 출근해 8시 45분~오후 3시까지 낮에만 여는 테이크아웃 식당을 과감하게 시도했는데요. 식당 근처에 OECD가 있어 그 곳 근무자들이 단골로 형성되어서, 비교적 짧은 영업 시간이었지만 비빔밥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비빔밥만으로 승부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비빔밥은 한 그릇에 영양이 골고루 들어간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등이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 내에서 생산된 제철 식품들과 한국에서 수입된 건나물들을 잘 활용하면 매일 점심 식사를 밖에서 하는 직장인들이 간단하면서도 푸짐하게 먹기에 좋은 음식입니다.
또한 비빔밥은 음양오행을 따른 다섯가지 전통 빛깔인 ‘오방색’이 기본으로, 맛과 색의 조화가 담긴 음식입니다. 다행히 프랑스는 신선한 고기들의 값이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 소불고기, 닭불고기, 연어구이, 돼지 제육 두루치기, 모듬해산물 볶음, 채식 주의자들을 위한 두부 비빔밥으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음식의 맛을 내는 것에 기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맛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비법이라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만듭니다.
저희 식당은 2011년 9월에 1호점을 열었고 2014년 2월 2호점을, 2017년에 3, 4, 5호점, 2018년 6호점까지 열었습니다. 3호점 오픈을 계기로 '비빔조아' 상표 등록을 해서 현재의 비빔조아 체인의 운영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무실들이 재택근무 연장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의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16구 Pompe, 오페라, 불로뉴, 16구 빠시점(아틀리에)에 위치한 비빔조아 4개의 체인과 쿠킹 클래스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리연구소-아틀리에는 음식 개발연구소로 사용하고 있고, 음식 쿠킹클래스는 비빔조아 블로뉴에서 토요일마다 격주로 김치, 김밥, 제육볶음, 전류 등 쉽게 접하는 음식들을 실습 위주의 수업에 방향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에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군요?
처음 겪는 상황인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재정적으로 힘들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땐 같이 일 할 직원들을 찾기도 힘들었고, 재택 근무하던 단골 손님들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빈도가 낮아진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프랑스 내에서의 여러 유형의 시위들로 유럽 경제가 위축되어 있음을 실감하며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위기를 타계해야 할지, 가까운 미래 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프랑스에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6개의 식당이, 팬데믹 후에는 하루에 13개의 식당이 문을 닫고 있을 정도로 아직도 식당들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팬데믹 이후,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계신지...
팬더믹 이후에는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영업 시도로 스트리트 푸드 행사에 참여 했는데, 반응이 좋아 회사 재정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11년 개업 이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려운 점을 해결하며 모색해 나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식당을 늘리는 것보다는, 하고 싶었던 다른 문화 콘텐츠들을 요식업과 병행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외부 길거리 음식 축제 참가 경험을 기반으로 새해부터는 적극적인 외부행사를 통해 회사 홍보도 겸하며 많은 이들에게 한국음식과 문화를 알리는데 동참하려고 합니다.
창사 이후 2016년 즈음엔 사업이 균형을 잡아가며 회사 재정이 안정을 취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문화 예술에도 관심을 가질 여유가 생겨 지금까지 꾸준히 전시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고, 성악가로 활동할 당시에 기획하였던 공연 및 콩쿠르들의 기획 경험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장기적 계획으론 '길 거리 음식 축제' 행사의 참여를 기회로 한발 나아가 K-Pop, 예술작품, 사물놀이, 태권도, 매듭, 전래동화 등 한국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한국 음식문화 소개와 함께 다양하게 만족도를 줄 수 있는 행사를 구상 중입니다. 또한 기회가 주어지면 현재 진행중인 음식 쿠킹 클래스에서 한 단계 나아가 한국음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문요리학교를 열고 싶습니다.
유학 생활과 사업에 열중하며 지내는 동안 한인사회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지난 2022년부터 한가위축제 음식 부스 참가를 계기로 한식협회에 가입해 총무로서 협회의 통-번역일을 하며, 제 경험이 협회 일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되는 것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일이 내 적성에 맞는 지, 사업을 펼쳤을 때, 내 삶을 꾸려 나갈 만큼 수익이 창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사업을 준비할 때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계획이 한 단계 한 단계 진행될 수 있도록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사업을 시작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프랑스의 경제 시스템은 1, 2년만에 성공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특히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의 근성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해 나가는 것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성장되어 가는 기간동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도래하겠지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타계하며 성실라게 일하다 보면 성공적인 비즈니스 플랜이 형성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 미래의 창업주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BIBIMJOA
27 Rue de la Pompe, 75116 Paris
【프랑스(파리)=뉴스피드】 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