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의 일정으로 ‘416가족 협의회’와 ‘4월 16의 약속 국민연대’의 대표단은 영국,독일, 벨기에, 바티칸, 프랑스를 방문했다. 대표단은 각국의 교민들과 피해자 단체를 만나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며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촉구했고, 국제 연대를 이끌어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들의 숨가빴던 2박3일간 파리 일정을 따라가 보았다.
세계 재난. 재해의 피해자 가족들의 국제 연대 합의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의 유럽 마지막 일정이었던 파리에서는 ‘프랑스 재난과 테러 희생자 연합(FENVAC, Fédération nationale des victimes d’attentats et d’accidents collectifs)‘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FENVAC‘의 스테판 지켈 사무총장과 ’11월 파리 테러‘ 희생자 협회 ’박애와 진실(Fraternité et Vérité)‘ 상임운영위원 오렐리아 질베르(Aurélia Gilbert)가 참석했다.
간담회는 긴 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전 세계 재해 재난 피해자들과 함께 국제연대 모임을 갖기로 합의했으며 ‘11월 파리 테러’의 1주년에 앞선 올 해 10월 중, 서울에서 국제연대모임을 갖자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프랑스는 1995년부터 재난. 재해의 피해자 가족이 재판 과정과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재난 재해에 포함되지 않았던 테러도 포함되었다. 이들 단체는 법무부의 지원을 받고 운영에 대한 권한은 독립적이다. 이는 피해자 가족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 법제화 된 것이다.
이번 피해자 가족 단체와의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 가족의 권리를 갖지 못한 나라들과 연대하여 피해자 가족의 기본권을 명시한 선언문을 만들고, 각국의 정부에 이것을 법제화시키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다.테러, 참사, 인재, 자연재해 등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은 인종, 국가를 초월한 같은 고통으로 인식하여 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진실을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해 연대해야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상영, 강연회, 교민간담회로 이어져
대표단은 프랑스의 피해자 단체와 구호단체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소르본 대학 앞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에 소르본 대학에서 있는 ‘나쁜 나라’ 상영 및 강연에 참석했다.
180석의 소르본 대학의 강의실은 프랑스인과 교민들로 자리가 채워졌고, 늦게 온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영화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의 힘겨운 싸움을 담은 다큐영화이다. 자식을, 가족을 잃었지만 위로나 치유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은 채 진상규명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정치인, 경찰을 상대로 처절하게 싸우는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영화 상영 후에는 잠시의 휴식 시간에 교민들이 준비한 세월호 떡을 나누어 먹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부르며 한마음이 되었고 강연은 대표단의 세월호 진실규명에 대한 설명과 질의문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다음 날인 5월 14일에는 천주교 파리 한인성당에서 프랑스 교민 간담회가 열렸다. 대표단이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준 교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시간이자,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교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였다.
유럽방문의 마무리는 에펠탑 앞의 트로카데로 인권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질의응답을 통해 본 가장 큰 과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 세 가지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나?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 한 후 구조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정부는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참사 이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대신 진실규명을 회피하며 방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다. 이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65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의 서명에 힘입어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지금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현재 세월호 참사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 시한을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최대 1년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특조위 활동 시점을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1일로 보고 올 6월에는 활동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방해로 위원 선임은 3월말에 이루어졌고, 예산이 편성되어 지원 받은 시점은 8월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의 해석대로라면 특별법은 선체 인양시기인 7월 전에 끝나게 된다.
현재 올 7월을 목표로 선체인양이 진행 중이다. 선체 인양 후에는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형식적인 조사로 끝낼 수도, 선체를 없앨 수도 있는 위험도 존재하기에 특별법 개정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직까지 사고원인과 구조 활동의 실패와 책임, 국정원의 관련 등의 의혹조차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체 인양 조사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정법을 위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한 20대 국회 박주민 당선인은 70여명의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 준비 중이지만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의 시작은 작은 몸짓이 큰 몸짓으로 이어지는 세월호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이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