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30주년,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해 파리에서 한국의 훌륭한 공연을 볼 기회가 많다. 그중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5개 무용단체와 샤이요 국립극장이 함께 주관하는 ‘포커스 꼬레’는 예매 시작하자마자 바로 매진이 될 정도로 프랑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포커스 꼬레’는 샤이요 국립극장의 한국 무용 특집 프로그램으로,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픽업그룹, EDx2 무용단과 김판선 등 총 5개 팀의 공연이 6월 6일부터 6월 19일까지 이어졌다.
지난주 6월 15부터 17일까지 안성수 안무가가 이끄는 안성수 픽업그룹의 “혼합”공연은 팽창하여 터질듯한 긴장감과 몰입을 이끄는 춤과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춤을 추는 무용가와 관객의 자아는 작품에 빠져들면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무 상태의 자유로운 영혼만이 남아있었다고 할 정도로 끌어당기는 힘이 폭발적인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 관객들은 긴 숨을 내쉬면서 열렬한 박수로 안성수 안무가와 무용가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긴 환호는 관객들이 전율하고, 몰입했던 시간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의 표현이었다.
한국 현대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안성수 픽업그룹을 이끄는 안무가 안성수는 무용을 늦게 시작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 영화 일을 하고 싶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우연히 발레 수업에 참가하면서 지금의 안무가가 되었다. 그는 무용에 빠져 줄리어드 대학에서 현대무용과 발레를 정식을 배우며 다국적 무용수들과 안성수 픽업그룹을 만들어 조이스극장, 아메리칸 댄스페스티벌, 센트럴파크 서머스테이지, 링컨센터 야외축제, 댄스시어터 워크숍에서 공연도 가졌다.
미국에서의 활동을 끝내고 한국에 귀국했을 때 그는 10년 단위의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계획은 뉴욕에서 배운 무용을 한국무용계에 뿌리내리는 것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몸으로 익힌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것. 세 번째는 북유럽 혹은 유럽에 있는 공연단의 안무가가 되는 것으로, 현재 그는 10년 단위로 세운 이 모든 계획을 이뤄냈다.
안성수 안무가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세계 무용계의 인사들이 찾는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에 ‘장미’로 쇼케이스에 참여하였고, 이를 계기로 폴란드 실레시안 댄스 컴퍼니가 주관하는 무용페스티발에 초대를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2010년 IPAP가 주관한 코리아 무브즈(Kore-A-moves)를 통해 유럽의 주요 6개 도시를 돌며, 많은 무용관계자들에게 공연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후 작품은 물론 안성수라는 안무가가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고, 작품의 초청과 안무가로서의 초빙에 대한 여러 제안을 받게 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성수 안무가는 전통과 서구의 현대적 감각인 결합된 작품을 만든다.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고 세련된 안무, 탁월한 음악 선택 그리고 무용수의 장점을 살리는 논리적 움직임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번 샤이요 극장에서 선보인 ‘혼합’도 이런 그의 작품적 특징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혼합’은 하우스 음악, 타악 음악에 한국무용가와 힙합을 추는 춤꾼이 함께하여 한국의 전통음악과 서양음악과 동서양의 다른 춤의 움직임의 혼합을 통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작품 속의 모든 혼합은 여러 가지 섞인 것이 새로운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생성됨을 보여준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