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귀뚜라미 소리지만, 타지에 살면서 듣지 못하는 소리가 되었다. 이곳 파리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가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이 해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파리의 한복판 마들렌 성당에서 펼쳐진다.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머무는 소리, 가을이 떠나가는 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이렇게 음악은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어 가슴 결에 사랑과 평화로 스며들어 온다. 가을로 물든 고운 단풍처럼 그렇게 스스로 가을이 되게 한다.
10월 가을의 아름다운 전령사인 음악회는 ‘에코드라코레(대표 이미아)’가 주최한 한불친선 콘서트이다. 해마다 다른 주제로 가을을 수놓는데, 이번 콘서트는 ‘축하(CELEBRATION)’로 지난 10월 13일 금요일 저녁 7시 45분 마들렌 성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10주년을 맞이한 축하의 공연이자,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 한국전에 참전했던 프랑스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이번 공연을 더욱 빛나게 했다.
2008년부터 매년 에코드라코레가 주최해 오고 있는 한불 친선콘서트는 한불문화의 교류를 확대하며, 친선을 도모하는 무료공연이다. 한국의 우수한 음악가들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자리이자 프랑스 음악인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시간이다.
이번 공연은 마르세이유 ‘오페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김다민 바이올린리스트가 이끄는 현악 12인의 앙상블 뮤직 ‘메아리 (Les Echos)’가 포문을 열었다. 첫 곡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Op.40’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가 연주되었다.
1부 공연이 끝나자 이병현 유네스코 대사가 무대에 올라 매년 한불친선 공연을 개최해오는 이미아 대표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번 공연은 특별히 한국전 참전 프랑스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초대된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전쟁의 비극의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병현 대사는 이미아 대표와 함께 프랑스 한국전 참전협회의 파트릭 보두앙 회장에게 감사패와 287명의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사명록을 전달했다.
감사패를 받은 파트릭 보두앙 회장은 한국전에 3421명이 자원으로 참전해서 287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전에 참가했던 프랑스 젊은 참전자들은 자긍심을 갖고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이었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2부 순서는 프랑스의 오로르 틸락 중령이 이끄는 의장대 남성합창단이 베토벤, 모차르트, 구노, 거쉬윈, 베르디, 스테프의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이어 이승민이 이끄는 15인의 중창단 ‘선한‘이 성가곡 ’십자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민요 ’뱃노래‘, 넬라판타지아 등을 선보였다.
끝으로 공연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함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연주하며 노래했고, 모든 청중도 기립해 함께하며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악기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가 어우러져 치유, 평화, 사랑을 전하는 천상의 소리였다.
이번 공연은 에코드라코레가 주최했고, 프랑스 내무부와 유네스코 본부가 후원했으며, 현대자동차 프랑스, 아시아나 항공 파리지점이 협찬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