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최대의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가 또다시 무법천지로 변했다.
7천여 명이 집결한 지난 16일 노란조끼 시위는 지난해 12월 최악의 시위 이후 가장 격렬한 양상을 보였다.
노란 조끼의 18차 집회에서 일부 극렬 시위대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상점과 음식점, 차량과 뉴스 가판대 등을 방화, 약탈하며 시위가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피해를 입은 상점은 90여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3개월간 노란 조끼 시위와 연계된 손해 배상 청구금은 1억 7000만 유로에 이른다.
노란조끼 시위가 과격양상을 보이면서 프랑스인들의 노란조끼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지난 20일 여론조사 결과 ‘노란 조끼’ 집회를 지지하거나 공감한다는 의견은 53%로 일주일 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또 응답자의 84%는 노란 조끼 시위에서의 방화·약탈 등의 폭력행위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에도 노란조끼 측은 매주 토요일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대해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8일 생방송 대국민 담화에서 “다음 토요일에는 급진적 그룹이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신호가 보이는 즉시 그간 가장 피해가 심했던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보르도의 페베를랑 광장, 툴루즈의 카피톨 광장 등 주요 시위 현장에서 집회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허가되지 않은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징금을 대폭 올려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집회 경비 실패 책임을 물어 미셀 델푸시 파리 경찰청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필리프 총리는 경찰이 노란 조끼 시위 집압 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무탄 발사기의 사용을 줄이라는 델푸시 청장의 명령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누벨 아키탄 지방 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인 디디에 랄르망을 파리 경찰청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오는 23일 ‘노란 조끼’ 집회가 열릴 때 경찰이 시위 대처에 전념토록 군 병력을 공공기관 경비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20일 국무회의 후 정례 브리핑에서 향후 ‘노란 조끼’ 집회의 차기 집회 때 군의 대도시 테러경계 병력인 ‘상티넬’ 작전팀을 차출해 공공기관들과 주요 거점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시위 경비임무에 집중하도록 경찰의 업무를 덜어주는 차원이라고 그리보 대변인은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의 군 병력 차출 방침은 전국에서 다섯달 째 매주 토요일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연속집회로 경찰의 피로도가 극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의 경비업무에 군 병력을 투입한다는 정부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군이 시위 진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경계근무 중인 무장 군 병력이 시위대의 급습을 받을 경우 물리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단체 UNSA 소속 경찰노조는 “만약 군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된다”면서 치안과 질서유지 업무는 군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2015년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와 그해 11월 파리 연쇄테러를 겪은 뒤 ‘국가비상사태’를 발령, 무장 군 병력을 도심의 테러경계에 투입했다.
‘국가비상사태’는 발령 2년만인 작년 11월 종료됐지만, 강화된 대테러법이 발효됨에 따라 프랑스군의 상티넬 팀은 여전히 도심에서 개인화기로 중무장한 채 테러 경계순찰을 하고 있다.
한편 ‘노란 조끼’ 시위가 방화와 약탈 등 심각한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노란조끼 시위의 지도자급 인물의 집과 차량이 ‘노란 페인트’ 습격을 당했다. 5달째 이어져 온 시위에 대한 불만이 페인트 습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르 파리지앵에 따르면 19일 새벽 노란 조끼 연속시위의 지도자급 인물로 손꼽히는 에릭 드루에의 파리 근교 자택 앞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집과 그의 승용차에 노란 페인트를 마구 뿌리고 달아났다.
이들은 드루에 소유 승용차의 타이어들도 모두 훼손했다.
드루에는 “나를 비난하는 익명의 편지들은 자주 받지만, 이런 일은 처음 당한다. 아주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일은 다섯 달째 매주 토요일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화물트럭 기사인 드루에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등 서민경제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노란 조끼’ 연속집회 국면에서 시위를 주도하며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분개하면서도 오는 23일에도 차기 ‘노란 조끼’ 집회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