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가 망명 중 거주한 앙글로-노르망드 군도(브르타뉴의 브레스트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영국령으로 63,000명이 거주)의 섬 중의 하나인 게르네제(Guernesey)의 마을 세인트 피터 포트(Saint Peter Port)의 오트빌 하우스(Hauteville House)가 원래의 분위기 대로 장식, 보수되어 개관되었다.
이 집은 위고의 인품과 그의 창작품, 취향, 영향, 회한, 영감, 집념,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석양 때의 내면, 전 세계에 알려진 그의 글을 잘 느끼게 한다.
빅토르 위고는 1856-1870년의 14년 간을 이 오트빌 하우스에서 살면서 장편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벌(Les Châtiments), 관조(Contemplations), 세기의 전설(La Légende des siècles), 바다의 일꾼들(Les Travailleurs de la mer)’과 ‘웃는 사람(L’Homme qui rit)’을 저술했다. 때문에 이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감명을 받게 되고, 호기심이 발동하고,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이곳 위고의 저택은 4층이다. 1층에는 응접실, 식당, 살롱, 주방, 아틀리에, 밖으로 열리는 겨울 정원이 있다. 2층에는 잘 보수된 붉은 살롱, 작은 푸른 살롱이 있고, 3층에는 정치인 가리발디(Garibaldi)를 영접하기 위해 꾸민 참나무 갤러리가 있는데, 이 갤러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작가의 사적인 공간은 맨 윗층에 있다. 여기에는 그의 방, 부속실, 집무실, 그가 이주한 지 얼마 안되어 건축한 유명한 룩-아웃(look-out)이 있다. 위고는 에름(Herm) 섬 및 세르크(Sercq) 섬과 마주하면서 이동식 작은 테이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썼다. 날씨가 맑으면 프랑스의 브르타뉴 해변을 볼 수 있다.
오트빌 하우스는 위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의 장식은 그의 스타일과 닮아 있다. 단어와 영감의 방탕함이다. 벽걸이 천, 벽지, 모켓트, 델프트 도자기들, 천정의 타피스리, 어두운 목재 내장재, 그 아래 초상화들, 위에 있는 정치적인 댓생들이 이를 말해준다. 장관을 이루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운 인상도 준다. 창의적이고, 왕성하며 부르조아적이다.
그가 사용하는 방에서는 아주 멋진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 집에서 위고 더 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동백과 수국들이 심어져 있는 정원과 돌담 안은 위고가 살던 시대 그대로다. 프랑스 해변을 바라보는 곳에 돌 벤치가 있는데, 위고는 거기 앉아서 일광욕을 즐겼다.
1870년 망명을 끝내고 파리로 돌아오기 몇 주 전에 위고는 ‘유럽 합중국’이라 이름 붙인 참나무를 심었는데 150년의 풍파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
위고는 오트빌 하우스에서 나무 조각을 익혔다. 그는 작가, 화가, 조각, 조경 등 모든 분야를 섭렵한 진정한 예술가였다.
나폴레옹 3세 실각 후, 위고는 이곳 게르네세에 다시 와서 오랫동안 체류했다. 1872-1873년 사이가 가장 긴 체류였는데, 이때 그의 명작 ‘93’(1793)을 이곳에서 썼다.
위고의 사후 이 집은 오랫동안 방치되었는데, 1927년에 위고의 손자들이 이 집을 파리 시에 기증하면서 보수 작업이 진행됐다.
집의 보수는 프랑스의 아르테미스(Artemis) 홀딩, 케링(Kering, 프랭탕과 르두트) 그룹 및 주간지 르 포앵 소유주인 프랑소아 피노(François Pinault)가 총 수리비 430만 유로 증 350만 유로를 부담하여 가능했다. 목표는 오트빌 하우스가 빅토르 위고 시대와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오랜 보수작업을 통해 이 천재 작가가 손질하고 상상한 콜라주와 우아한 회색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프랑스의 브르타뉴 코탕탱(Cotentin) 바로 앞에 있는 이 영국 섬은 영국의 전통을 잘 지니고 있다. 자동차 주행은 왼쪽이고, 주민들은 옥스포드 액센트의 영어로 말한다. 이곳의 집과 해안의 브르타뉴 코탕탱의 그것들과 닮았다.
Hauteville House
38 Hauteville, Saint-Pierre-Port, Guernesey
00 44 (0)1 481 721 911
4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10시-16시.
매일 개관(수 휴관)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진명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