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역작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 미제라블’이 다시 환생해 나왔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잦아들 것 같았던 ‘노란 조끼’ 시위 현장에서다.
일부 시위대는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위한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불쌍한 ‘레미제라블’을 잊지 말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나왔다. 이 문구는 작가 올리비에 푸리올이 지난 16일 SNS에 올린 이후 프랑스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돼 왔다.
지난해부터 ‘노란 조끼’ 시위로 극심한 분열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 그동안 불평등과 빈곤 등 사회 문제에 아랑곳 않던 부자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막대한 돈을 쾌척하자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 기부금 액수의 60%가량에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지자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이런 예상치 못한 역풍에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일 프랑스 전역에서 시민 2만7900여명이 23차 노란 조끼 시위에 나섰다. 지난 13일 22차 시위 때 보다 전국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수도 파리에서는 오히려 지난주보다 4000명이 늘어난 9000여명이 거리에 나왔다.
이번 시위 역시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차량을 불태우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 시위 양상을 보였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사회 통합의 기회로 삼으려던 프랑스 정부는 당혹한 기색이다. 진화작업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해 지지율이 다소 반등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다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처지에 놓였다. 5년 안에 대성당 복원을 공언한 것을 두고도 국민적 불만은 도외시한 채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성당 화재 때문에 취소했던 노란 조끼 관련 대국민 연설을 25일에 할 예정이다.
화재 직후, 예정됐던 대국민 담화를 바로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 우리의 문학, 우리의 상상이자 우리의 가장 위대한 순간을 살아왔던 곳”이라며 단합을 호소했던 것처럼, 불평등과 빈곤, 사회적 갈등에 항변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과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