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긴 가뭄으로 말라버린 들판에는 새 한 마리 날지를 않는다. 길가의 나무들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세상은 뙤약볕에 바래가지만 맑고 투명한 하늘은 무심한 얼굴이다. 비가 내릴 기미조차 없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800년의 시간이 유유자적 흐르는 루와요몽 수도원(L’abbaye de Royaumont)이 있다. 수도원에 들어서면 짙은 초록의 나무와 풀향기가 더위에 지쳤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아담한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과 수로도 여름의 열기를 막아주며 아름드리 나무들이 편안한 그늘막을 만들어주어 선선하고, 한줄기 바람이 불어올 때는 이마의 땀을 식혀주듯 시원하다. 수도원의 텃밭에는 색색의 컬러를 만드는 염색 원료의 풀들이 자라고, 잘 보존되고 있는 수도원 안은 서늘하기까지 하다.
루와요몽 수도원은 6만평이 넘는 공간에 정원, 운하, 동굴, 텃밭 등이 자신의 결대로 자리하여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매력 있는 공간이다. 이에 더하여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무궁한 매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루와요몽 수도원은 파리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228년 생 루이왕의 명으로 세워진 시토(Citeaux)파 수도원으로 왕들이 예배를 드리던 곳이어서 “왕의 수도원(L’abbaye royale)‘으로 불린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에 트라바네 후작의 소유로 되었다가 방직공장으로,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부상병들을 위한 병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끊임없는 쇠락의 길을 걷던 수도원은 50여 년 전에 음악 애호가이자 예술 후원자이던 앙리 구앵과 이자벨 구앵 부부(Henry-Isabel Gouin)가 주인이 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1964년에 ‘인간 학문의 진보를 위한 르와요몽 재단(La Fondation Royaumont pour le progres des Sciences de l’Homme)’을 설립하여 초기에는 학문 중심으로 후에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수도원을 새롭게 변신시켰다.
재단은 음악과 무용을 중심으로 일반대중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부터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음악은 장르 구분 없이 중세음악부터 현대음악, 즉흥음악, 성악까지를 아우르며, 무용은 상주무용단인 수전 버지 무용단을 주축으로 매년 즉흥 공연부터 구성, 레퍼토리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으며 연수, 세미나. 레지던스 등 각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에는 한국의 무용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들의 무용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원이라는 공간의 역사적 의미에 문화예술이 함께하며 새로운 공간의 창출에 성공한 르와요몽수도원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만남의 문화센터(Centre culturel de rencontre)’로 지정되었다. 이 센터는 고성이나 수도원 등 색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닌 장소들 가운데 문화적 만남의 장이 되고 있는 곳들로 현재 16개가 있다.
루와요몽 수도원은 현대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문화예술의 요람의 공간으로 역사유적을 활용하여 관광자원으로 이끌어 다른 곳보다 더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수도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공연뿐만 아니라 숙박도 가능하며 레스토랑에서 세프의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해마다 열리는 루와요몽 페스티발 (Festival de Royaumont)이 9월 7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기회이다.
www.royaumont.com
루와요몽 수도원 (L’abbaye de Royaumont)
주소 : 95270 Asnières-sur-Oise
연락처 : 01 30 35 59 00
개관시간 : 연중무효, 10시-18시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