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공원 끝자락에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Musée Marmottan Monet)이 서 있었다. 무심히 걷다가 마주하게 된 미술관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바쁘게 길을 걷다 지친 몸을 잠시 쉬기 위해 찾았던 카페 대신 미술관 안으로 성큼 발을 들였다.
전시회를 자주 다니면서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은 이름만 들었지 한 번도 찾지 않은 무심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미술관에 들어서고는 우리는 만나야만 할 운명이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싶은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는 것처럼, 꼭 만나야 할 때가 지금이어야만 해서인지도 모르겠다며 늦게 찾은 변명까지 만들었다.
모네의 그림들이 좋아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그림이 모네였기 때문이다. 모네의 그림이 좋아지는 만큼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를 찾았고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 말을 증명하듯이 지베르니의 꽃들도 모네의 그림처럼 좋아졌다.
빛이 좋은 날은 오랑주리미술관을 찾고는 했었다. 모네의 그림 속 빛은 온유이고 평화였다. 그림 속의 빛과 바람은 부드러웠다. 지친 영혼을 쉬게 하는 모네의 그림들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났고, 어느 미술관보다 작품이 풍성했으니 그 만큼 긴 탄식처럼 감동에 전율 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네의 그림이 있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은 저택을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보존된 저택과 지하 전시실을 개방하고 있다.
저택은 18세기에 발미공작의 사냥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19세기 말에 쥘 마르모탕이 인수해 주택으로 사용했다. 1932년 쥘 마르모탕의 아들인 폴 마르모탕이 사망하면서 저택과 미술 소장품을 프랑스 예술학회(Académie des Beaux-Arts)에 기증하였다.
1934년 마르모탕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저택과 미술 수집품을 비로소 대중에게 공개했다. 1957년에는 드 몽시 수집가로부터 마네, 모네, 피사로, 시슬리, 르누와르 등의 작품들을 기증받았다.
1966년에는 모네의 아들 미셀이 기증한 모네의 작품들로 전세계에서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네하면 떠오르는 ‘인상, 해돋이’와 ‘수련’, ‘작은배’ 등 수많은 작품과 르누아르, 피카소, 고갱, 모리조 등의 작품은 물론 기획전도 볼 수 있다.
‘구상의 몬드리안’기획전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아주 특별한 전시가 옆 전시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구상의 몬드리안’ 기획전으로 몬드리안의 초기 작품부터 추상화까지 67점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 전시는 9월 12일부터 시작해 2020년 1월 26일까지 열린다.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은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로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린다. 초기에는 풍경과 정물을 자연주의적 기법으로 그리다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후부터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해 추상 화가들과 ‘데 스틸’그룹을 결성하고 순수추상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몬드리안은 수직선과 수평선에 구조의 원리를 두고 질서와 균형을 추구했다. 노랑, 빨강, 파랑의 3원색과 흰색과 검정색의 절제된 색채를 사용하여 정사각형과 직사각형들을 병치시키며 정제된 작품 연작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 야수파, 상징주의, 입체파 등 다양한 흐름을 거치면서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1920년경 몬드리안이 그의 컬렉터였던 살로몬 비를 위해 직접 선정했던 67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로 새로운, 낯선 몬드리안이 기다리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딱 좋을만큼 가을은 깊어가고 비는 자주 내리는 나날들, 모네의 그림으로 빛을 만나고, 살랑거리는 부드러운 바람도 맞아보고, 이제까지 몰랐던 몬드리안의 새로운 모습과도 만나보길 추천한다.
Mondrian figuratif(몬드리안의 구성)
장소 : Musée Marmottan Monet
주소 : 2, Rue Louis Boilly 75016 Paris
기간 : 2019년 9월 12일 ~ 2020년 1월 26일
시간: 화~일(10시~18시) 목(10시~21시),
월요일 휴관
Métro : (9) La Muette
RER-C : Boulainvilliers
Bus : Lignes 22, 32, 52 et 63.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