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EM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이 학교가 경찰의 압수 수색을 받기 한 달 전인 2015년 10월,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우수 FLE 라벨 (label qualité FLE)’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학생(L’Etudiant) 계열 인터넷 신문 ‘에뒥프로스(EducPros.fr)’가 1월 29일자에서 보도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프랑스 행정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관련부처들의 공조,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 학생들 상당수가 유학원의 소개나 학교의 팜플렛, 홍보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입학했는데, 여기에 ‘ISPEM은 파리 교육청이 인정한 학교’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상의 인정이고, 국가가 인가한 정식 대학 교육기관은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뒥프로스의 보도에서처럼 ‘우수 FLE 라벨 (label qualité FLE)’을 획득했는지 ISPEM 홈페이지상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
홈페이지의 학교소개 페이지에서는 “ISPEM은 프랑스 정부에서 공인하는 FLE 라벨을 받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고등교육부, 외교통상부 및 문화통신부 세 개의 정부기관에서 제시하는 퀄리티의 기준에 맞추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소개하고 있다.
FLE 라벨 획득이후, 아직 홈페이지 개편전이라서 이렇게만 표기되어 있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에뒥프로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ISPEM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우수 FLE 라벨’을 부여받아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또한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 및 불법 이민 단속 사무국에서 이 학교의 불법 사실을 인지하고 1년 전부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 학교가 우수학교로 지정되었다면, 프랑스 관련부처들의 공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파리 경시청 기본 입장 “체류증 상 불이익 받는 학생들 없도록 하겠다.”
ISPEM은 1월의 개강일로부터 강의가 하나 둘씩 취소되었다. 임시직(CDD) 계약이 하나도 갱신되지 않아, 무기한 계약직(CDI) 3명만 남았기 때문에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기야는 1월25일 모든 수업이 중단되었다.
이에 앞서 파리 지방법원은 임시 법정 관리인을 임명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브뤼노 카발라로 ISPEM 학교 교장이 구속된 지 50여일만인 지난 1월25일, 학교 문이 모두 페쇄되어, 상업학교 (ecole de commerce), BTS (2년 과정의 대학 수준 과학기술 학위) 및 외국인을 위한 불어(FLE) 교육 과정 등 1000여명에 달하는 피해 학생들이 결국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됐다.
불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 유학생들의 사정은 더 딱해 보인다. 환불은 고사하고 체류증 갱신 날짜가 다가오는 학생들의 재학 증명서 등 서류 발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주불대사관 ‘ISPEM 학원 피해학생 지원 T/F'는 1월28일 파리 경시청 체류증 심사 담당자와 만나 ISPEM 학원 등록으로 인해 체류증 상의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파리 경시청의 기본 입장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보면,
△ ISPEM 등록 학생들의 체류증 신청 시, 3개월간 유효한 임시 체류증 발급 (3개월 뒤에도 타학교에 정식 등록하지 못한 경우, 3개월 연장)
△ 서류심사가 보류된 학생들에 대한 면담일정 확인서(convocation) 발급
△ 임시체류증을 발급받은 학생은 필요시, 임시체류증을 소지하여 한국 방문 후 프랑스 귀국 가능
△ ISPEM 학원 관련 체류증 상의 특이사항 발생 시 대사관을 통한 의견 접수 및 검토 예정
체류증 발급 외의 피해보상에는 속수무책
최대한 한국 유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주불대사관 ‘ISPEM 학원 피해학생 지원 T/F'의 발빠른 대응 덕분에 체류증 문제는 다소 안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외의 피해는 보상받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FLE 과정의 한 여학생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우리는 졸지에 길바닥에 나 앉게 된 최대의 희생자다. BTS 시험을 준비 중인 프랑스인 학생들은 자신들을 받아 줄 다른 학교를 알아보고 있는데, 시험에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료 학생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며 분개했다.
또한 이미 지불한 등록금의 환불 문제도 걱정이다. 과정에 따라 최대 3000유로에서 5000유로까지 지불했는데, 학교는 폐쇄됐고 직원과 교수들은 3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 폐쇄 전 피해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행정 담당자는 지금 상황에서 일체의 환불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추천하는 병보험(mutuelle)에 가입했는데, 이마저도 횡령했다면,학생들은 병보험 없이 지내야 하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버림받고, 국가에서도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이 학교 피해학생들은, 일부 교수들과 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을 검토 중이다.
[관련문의]
대사관 : 01 4753 6678 (김원준 외사협력관/김광룡영사)
피해자연합 카페 : cafe.naver.com/ispemmymoney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