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앙굴렘에서 개최되는 세계만화페스티벌에는 기발하고 독창성 있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들고 전 세계 만화인들이 모여든다. 특히 불과 한 달 전 파리에서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건으로 만화가들이 숨졌기에 올해 42번째로 거행되는 앙굴렘 만화 축제는 의미가 남달랐다.
프랑스 시사 만화계의 오랜 아이콘이자 주역들이었던 샤를리 엡도 구성원들의 사망은 만화 세계에서도 역사적인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일종의 만화계의 영웅이 탄생한 듯, 나흘의 축제 기간 동안 추모의 행사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각 축사와 연설 속에서도 “샤를리”라는 단어가 연일 새어 나왔다. 주간지의 1면을 장식했던 역대 작품들이 소개되는 전시회 또한 열렸다. 앞으로도 만화가 표현의 한 도구로 사용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채로운 행사들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데 알 (Des Halles) 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던 광장이 샤를리 엡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샤를리 광장”으로 개명 되었다. 앙굴렘 시장 자비에 본느퐁과 앙굴렘 유태인 협회장의 참석으로 개명이 공표되었으며 전 국무총리이자 현 보르도 시장의 참석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모든 시민들과 만화가들이 한데 모여 생각을 모으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는 시장의 축사와 함께 “나 또한 샤를리 엡도이다”라며 말을 마쳤다.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상이 제정되기도 하였는데, 바로 샤를리 賞이다. “검열과 반대를 무릎 쓰고 만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열정”을 본받은 사람에게 부여 될 상이다. 본 상의 첫 주인공은 바로 샤를리 엡도 사건으로 사망한 만화가들이었다. 플뢰르 펠르랑 문화부 장관이 생존한 샤를리 엡도의 두 만화가에게 상장을 대신 수여하였다. 샤를리 주간지는 또한 특별대상을 수상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해 불의에 맞선 이들의 정신이 인정받게 되었다.
샤를리 엡도의 추모 연설과 행사가 이어지는 한편, 31일 토요일에는 만화가들이 집결하여 새로운 사회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작가 없이는 만화도 탄생할 수 없다”라는 푯말을 들고 약 600명의 만화가들이 앙굴렘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만화가들을 포함한 예술가들에게 적용되는 추가 퇴직분담금법의 수정으로 만화가들은 더욱 어려운 경제적 난관들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출판비와 세금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사회 보장 혜택과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놓여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분노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수백만명의 프랑스 사람들이 만화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깊은 애착이 있음을 보지 않았는가? 이것은 모순된 현상이다” 라며 한 작가는 만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현 시점에 작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나흘 동안의 축제 기간을 마치며 2월 2일 시상이 이뤄졌다. 2010년에 수상 경력이 있는 리아드 샤토우프가 올해 다시 한번 '미래의 아랍: 중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였다. 리비아와 시리아 그리고 프랑스 세 나라에서 보낸 자신의 과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 만화책으로 현재 이슈되고 있는 주제와 부합한 내용과 감동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