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자신의 작품들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늘 고심했죠 (…) 저에게는 확실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피카소의 자녀들과 프랑스의 과거 전기 수리공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다.
프랑스의 남부 도시, 향수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라스의 거주민 삐에르 르 게넥이 알려지지 않은 271개의 피카소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피카소의 동의하에 부인 쟈클린이 본인에게 넘겨준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르 게넥씨의 입장과는 달리 피카소의 여섯 자녀들은 절도와 은닉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소송을 걸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가의 전 수리공 르 게넥씨 부부는 217개의 피카소 작품이 담긴 상자를 차에 싣고 파리 길에 오른다. 무려 40년간 창고에 보관해 둔 끝에 르 게넥씨의 건강이 악화되자, 자식에게 상속권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상자에 담긴 피카소의 작품들을 감정 받기로 결심한다.
피카소 연구소이자 사무실 그리고 진위 감정원이 소재한 Picasso Administration에 작품들이 공개되며 오랜 시간 숨겨졌던 피카소의 작품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91개의 작품은 공책 한 권에 담긴 드로잉이며 나머지 180개의 작품은 다양한 크기와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는 9개의 큐비즘 꼴라쥬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 신문지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재료들을 잘라 붙인 형태의 작품으로서 1912년에서 1914년에 탄생한 희귀 꼴라쥬 작품이며 무려 4천만 유로 상당의 가치로 측정된다.
르 게넥씨와 피카소의 인연은 1970년에 시작된다. 당시 피카소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르 게넥씨의 가까운 친척 소개로 피카소 가족을 만나게 된다. 전기 수리공으로서 일하며 피카소가 생을 마감한 알프스 지방의 노틀담 드 비에 관련된 공사를 도맡은 바 있다. “평소 절친한 관계였으며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는 르 게넥씨의 주장은 쟈클린의 딸을 통해 확인이 되었다. 실제로 피카소와 전기공의 사이는 가까웠으며 집에도 자주 놀러 오고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르 게넥씨에 의하면 하루 피카소의 집에 방문한 날 쟈클린이 선물이라며 건네준 상자를 집에 와서 열어 보니 다 마치지 않은 크로키와 밑그림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유화가 아닌 밑그림인 것 처럼 보여 상세한 작품 목록을 작성한 후 상자를 다시 닫고 책상 밑에 보관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피카소家 에서는 사인과 날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미완성 작품들이 확실하며 아버지는 절대 사인 없이 준비 단계에 있는 작품들을 선물할 분이 아니며 200개가 넘는 대량을 한 번에 측근에게 기부하거나 맡겼을 가능성은 더욱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콜라쥬와 같이 희귀한 작품들이 미완성 스케치와 함께 따라 들어갈리는 없으며 르 게넥씨는 피카소 집의 모든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만큼 피카소의 허락없이 몰래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생전 피카소는 정성스레 주제 선정에 신경 쓰고 상대편의 취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작품을 골라 선물했다는 주변의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또한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을 대량으로 상자에 담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가족들은 밝히고 있다.
르 게넥씨는 유화가 아닌 드로잉인 점을 미루어 보아 높은 가치를 평가하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자신에게 선물한 것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카소 271개의 작품 소송건은 2월10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