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바칼로레아 (Bac, 고교 졸업 자격 국가 고사) 시험에 한국어가 필수선택 제2 외국어로 지정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엘리제궁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고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국어를 바칼로레아 필수선택 외국어 과목으로 격상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바칼로레아에서 외국어 시험은 제 1, 2, 3 외국어(langue vivante, LV 1, 2, 3)로 나뉜다. Bac 시험에는 필수 과목(épreuves obligatoires)과 임의 과목(épreuves facultatives)이 있다. 필수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외국어는 현재 독일어, 영어, 문어(文語) 아랍어, 아르메니아어, 캄보디아어, 중국어, 덴마크어, 스페인어, 핀란드어, 현대 그리스어, 현대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네덜란드어, 노르웨이어, 페르시아어, 폴란드어, 포루투갈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터키어, 베트남어 등 23개 언어이다. 현재까지는 한국어가 들어 있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로 한국어가 2016학년도부터 24번째 외국어 필수과목으로 포함되게 된 것이다.
필수선택 과목으로 지정되면, 모든 Bac 종류(séries ES, L, S, T)에서 필수 제1외국어(LV1) 또는 제2외국어(LV2) 과목으로 선택될 수 있다. 특히 Bac L (인문)에서는 ‘전문 제3외국어(épreuve obligatoire de spécialité)’로 선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의 국제적인 위상에 비해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에 한국어가 필수선택 외국어로 지정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국제적 위상은 해당 언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느냐, 그리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국력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어는 7720만명으로 세계 13위의 사용자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어보다도 한 단계 높다. 또한 한국어는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 국가 위상에 어울리는 ‘메이저 언어’ 이고 최근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셈이다.
이제라도 한국어가 바칼로레아 필수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조치는 그 동안 이혜민 전 주불 대사, 모철민 현 주불 대사, 이부련 교육원 원장,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2009년부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AFELACC (한불언어문화교류협회, 회장 이진명) 회원들이 프랑스 교육부와 각 교육청을 상대로 많은 설득을 한 결과이며, 프랑스 교육부 고위 담당관들과 프랑스 정부가 한국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이진명 리옹3대학 명예교수는 “이를 계기로 프랑스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정규 과목 교육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2011년에 시작하여 현재 파리, 보르도, 루앙의 4개 고등학교 및 금년도부터 파리의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국어 정규 과목 교육이 다른 여러 학교로 확산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