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개월만에 SNS 시청자 25만명 넘어 <上>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남미에서 한인여성이 진행하는 스페인어 방송이 라틴 한류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이채널(JiniChannel)을 운영하는 황진이(40) 대표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진이채널은 지난해 9월 30일 SNS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했다. 범세계적 열풍인 ‘한류’를 라틴 청중의 취양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해 스페인어로 소개하는 방송이다. 한국의 뷰티, 패션, 음식은 물론, 한글까지 가르치는 ‘에듀테인먼트’ 채널이라 할 수 있다.
런칭한지 불과 4개월이지만 반응은 실로 뜨겁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jinichannel) 엔 18만명의 팬들이 방문하고 있고 유투브(www.youtube.com/jinichannel)는 7만7천명,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jinichannel)까지 3대 SNS를 다 합치면 30만명에 이른다.
라틴 시청자들은 “드디어 스페인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이 K뷰티와 한국문화를 소개한다”고 환영하는 댓글을 올리며 열광하고 있다. 최근엔 진이채널의 팬클럽이 탄생했을 정도다.
이같은 호응은 한국인이 스페인어로 한국을 소개하는 방송이 거의 없다는 희소성(稀少性)도 있지만 이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는 황진이 대표의 온전한 매력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황진이씨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남미권에선 유명인사로 통한다.
아시안 최초의 공중파 방송국 앵커, 프로듀서, CNN IN SPANISH 아시아 분석가, 국제변호사, 컨설팅전문가…. 그녀 앞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더욱이 8살 때 가족과 함께 낯선 남미대륙으로 이민을 가서 일군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1.5세의 ‘롤 모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황진이씨의 성공담을 말하자면 역시 앵커 도전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지인중에서도 언어감각과 뉴스감각이 특출한 사람만이 가능한 앵커를, 그것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방송국에서 간판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국립 부에노스아이레스대(UBA) 법대에 재학하면서 그녀는 3년과정의 아르헨티나 국립방송학교(ISER)를 다녔다. ISER은 방송전문인 양성을 위해 1957년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유명 앵커와 아나운서의 산실(産室)이었다.
2500명의 지원자중 최종 60명이 합격했고 수석입학은 놀랍게도 황진이씨였다. 최초의 한인입학생이 수석의 영광까지 거머쥔 것이다. “제가 유일한 한국인 지원자였어요. 아무도 나같은 얼굴이 없었고 스페인어도 완벽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했어요. 그렇게 자신있게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지요.”
낯선 나라에서 살려면 법전문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을 알리기 위해 TV 앵커도 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 오전엔 방송학교를, 오후와 저녁엔 법대를 다니는 ‘주독야독(晝讀夜讀)’의 치열한 환경속에서도 전과목 최고평점으로 수석졸업하는 기쁨도 누렸다.
당시 마리아 레오노로 아리아스 교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석입학과 전학년수석, 수석졸업은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세르반테스 국립극장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황진이씨는 아르헨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된 가운데 금메달을 수여받고 졸업연설을 하는 뿌듯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텔레페(Telefe) 방송 입사는 한마디로 신데렐라의 탄생이었다. 일찌감치 주목받은 방송인재였지만 동양인을 앵커로 기용하는건 방송국으로서도 모험인 셈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인기방송국 텔레페는 그녀를 채용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합격통지를 받은 그녀는 사흘뒤 메인 앵커로 발탁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동양인 앵커이자 최연소(22세) 앵커의 탄생이었다.
황진이씨의 앵커 데뷔는 한인일간지에 축하광고가 연이어 실릴만큼 한인사회에서 거의 센세이셔널한 경사였다. 그런 기대에 걸맞게 황진이씨는 승승장구(乘勝長驅) 했고 데뷔하던 해 전현직 방송인들로 구성된 SAL 방송인협회로부터 ‘올해의 최우수방송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7년, 라틴대륙의 한인 앵커로 화려한 시간을 보낸 그녀는 국제변호사가 되었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채널의 대표가 되었다. 황진이씨의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이상 사진 황진이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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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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