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에서’ 특별전 개막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특별교류전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펼쳐져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관장 안드레스 두프랏)에서 개막한 ‘다른 나라에서/En Otro País’가 화제의 전시회다.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최하고,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원장 장진상)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양국의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한국문화원과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이 협력하여 성사됐다.
임흥순 작가와 우고 아베타(Hugo Aveta) 작가가 참여한 ‘다른 나라에서’는 전쟁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아픔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영상 2편을, 우고 아베타 작가는 사진 3점과, 영상 1점을 통해 고통스러운 세월의 무게를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개막식은 추종연 주아르헨티나 대사, 장진상 한국문화원장, 안드레스 두프랏 국립미술관 관장, 참여 작가 들을 포함해 아르헨티나 문화예술 관계자, 일반 관람객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스페인 화가 Joaquín Sorolla의 작품을 비롯한 국립미술관의 콜렉션을 높이 평가한 추종연 대사는 한국 작가를 초청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향후 더욱 많은 교류전이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스 두프랏 관장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 한국과 교류전을 마련하게 된 것은 된 정말 특별한 기회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수상한 훌륭한 작품을 미술관에서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시를 기획한 성정연 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다른 나라’와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공감이다.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들리지 않는 소외된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시명 ‘다른 나라에서’는 영화감독 홍상수의 작품에서 따왔다. 홍 감독의 동명 영화는 한국을 여행하는 한 프랑스 여인이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는 공감의 영역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일엔 국립미술관 오디토리움에서 임흥순의 ‘위로공단 Factory Complex’(2014-2015) 상영회와 함께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영화와 예술 전반에 관심 있는 아르헨티나 일반 관람객이 50여명 참여하여 열띤 토론의 장이 열렸다.
임흥순 작가는 “열심히 살아왔던 어머니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오디토리움 영화 큐레이터인 레오나르도 데스포지토(Leonardo D'Espósito)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결합된 매우 독특한 형식의 미학적 작품”이라며 임흥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성에 찬사를 보냈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한 참여자는 “매우 예술적인 작품이면서도 현실 묘사에 충실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 착취 현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영화 마지막에 ‘어머니께 바친다’는 자막을 봤는데, 혹시 임 작가의 어머니가 영상에 직접 출연하였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임흥순 작가는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분이 내 어머니다. 이 작품은 평생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의 삶에 대한 감사(感謝)와 헌사(獻辭)다”라고 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다른 나라에서’ 展은 7월 9일까지 지속되며, 무료입장 및 관람이 가능하다. 장편작품 ‘위로공단’은 오디토리움에서 6.4(일), 6.9(금), 6.16(금), 6.18(일), 6.23(금), 6.26(금) 총 6회에 걸쳐 특별 상영된다. 전시 및 오디토리움 상영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미술관 홈페이지(www.bellasartes.gob.ar)와 한국문화원 홈페이지(argentina.korean-cultur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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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한-아르헨 유사한 사회현상에서 전시컨셉 도출
<다른 나라에서> 展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마주한 동시대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 공감 지점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질적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나라를 연결하는 본 전시의 아이디어는 2016년 양국에서 발생한 여성살해사건과 일련의 반대시위 등 유사한 사회현상으로부터 도출(導出)되었다.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안전,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었으며, 양성의 첨예한 대립국면까지 촉발되는 양상을 보였다. 작년, 아르헨티나에서도 끔찍한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한 16세 소녀가 여러 명의 남성들에게 마약투약, 고문, 성폭행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같은 해 10월 19일, 아르헨티나 전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검은 수요일(Miércoles Negro)’ 시위가 일어났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위민스 마치(Women’s March)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난민, 이민자, 피해자, 빈곤계층 등 소수자(少數者)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과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전 인류가 함께 경청해야 할, 작지만 의미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임흥순, 아르헨티나의 우고 아베타(Hugo Aveta) 작가는 사람들이 은연 중 외면하는 현실 속 어두운 이면을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제시한다.
영화감독 겸 영상작가인 임흥순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드는 실험적 방식으로 사회문제와 소외계층에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음 인생 Next Life’(2015), ‘환생 Reincarnation’(2015)과 장편 ‘위로공단 Factory Complex’(2014-2015)의 3편을 선보인다.
4.3 제주 항쟁을 다룬 ‘다음 인생’과 베트남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을 다룬 2채널 비디오 ‘환생’을 통해 작가는 식민지시기 역사, 후기자본주의,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질서가 뒤엉킨 한국사회가 내포한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다룬다.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촬영된 ‘위로공단’은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노동자 계층에 대한 작품이다. 임 작가는 본 작품으로 2015년 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Silver Lion Award)을 수상한 바 있으며, 아르헨티나 미술계가 더욱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우고 아베타(Hugo Aveta)는 사진을 매개로 전쟁, 폭격 등의 기억을 환기한다. 대부분 ‘사람’을 관찰하거나 인터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임 작가의 작품과 대조적으로, 아베타의 사진은 사람도 생명체도 없는 빈 공간을 제시한다. 언뜻 폐허(廢墟)처럼 보이는 공간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켜켜이 쌓인 먼지와 무거운 공기 속에서 과거 어느 날 그곳에서 일어났을 비극과 아픔, 세월의 무게가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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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 Heung-soon, Factory Complex, Still Imange 06, courtesy of BANDAL.jpg (File Size:55.5KB/Download: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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