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8년분쟁끝 승리
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충무공(忠武公)의 혼(魂)이 서린 현충사에서 박정희가 심은 일본나무가 퇴출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는 13일 박정희 전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금송이 현충사 경내 밖으로 퇴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나무는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던 것을 1970년 12월 6일, 현충사에 옮겨 심었던 것으로, 일본 신사(神社)에 주로 식재(植栽)되는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에 의하면 이 금송은 현충사 전시관 뒤편 관람객의 접근이 차단된 산기슭으로 이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박정희 기념식수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문화재청의 분쟁이 8년 만에 시민단체의 승리로 끝났다.
현충사 경밖으로 옮겨진 금송
현충사 금송을 둘러싼 분쟁은 지난 2010년 11월 5일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 건립의 취지’에 반한다며 문화재청에 이전을 검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접수하면서시작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현충사 본전 내 금송은 외래수종은 맞으나 현충사 성역화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헌수한 기념 식수목으로 시대성과 역사성 등을 나타낸 것으로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절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문화재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이 진행하였으나 2011년 최종 패소한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충무공 종가가 다시 문화재청에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수 이전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신청,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끝에 결국 2018년 철거에 이르렀다. 현충사에 일본 나무가 심어진지 48년 만의 일이다.
'박정희 금송'의 철거전 모습. '박정희 대통령 각하 헌수 1970년 12월 6일'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보인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친일과 왜색조경에 얼룩져 있다는 것은 모순(矛盾)과 부조리(不條理)의 극치였다. 50년 세월동안 대통령 기념식수의 역사성을 들어 일본 특산종 나무에 의미를 부여해 왔던 문화재청 적폐가 일소(一掃)되는 신호탄이 되기 바란다. 이번 금송 퇴출사건을 계기로 더이상 박정희 대통령의 현충사가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로 거듭 태어나는 자리매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충사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수 제거를 시작으로 금산 칠백의총, 안동 도산서원 등에 심겨진 금송들도 차례로 제거될 수 있을지 귀추(歸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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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박정희 금송’ 이전 과정
2010년 11월 5일 문화재제자리찾기 현충사 제자리찾기에 관한 진정 접수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수 금송 이전 논의 시작
2010년 12월 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회, 현행유지 결정
2011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제기 (문화재제자리찾기)
2011년 7월 서울행정법원 각하 (원고 패소/ 항소)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3943256
2011년 12월 서울 고등 행정법원 기각 (원고 패소)
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교문위, 안민석, 유기홍 의원 문제제기
2017년 8월 문화재제자리찾기/ 충무공 종가 금송 이전 진정서 제출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교문위, 문화재청장에게 금송 문제 질의
(안민석, 신동근, 이동섭 의원 질의)
2017년 11월 문화재위원회, 금송이전 결정
2018년 9월 금송 이전 실행
* 현충사 일본 특산종 금송 이식에 관한 요청서
1. 문화재청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 현충사에 식수된 일본 특산종 금송은 제거되어야 합니다.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공간입니다. 일본과 맞서 싸운 충무공의 얼이 서린 현충사 사당에는 아직도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금송’ 이 심어져 있습니다. 금송은 원산지가 일본인 일본 특산종으로 일본 도쿄의 메이지 신궁과 같은 곳에 주로 식재되어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충사 충무공 영정 바로 앞에 일본의 특산종 나무가 심겨져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3. 1991년 현충사를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로 수립된 ‘현충사 조경 개선안’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수는 경내 밖으로 이전하기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문화재청 역시 ‘사적지 부적합 수종’으로 분류, 점차적으로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재청 스스로 오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심었다는 이유로 아직도 이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부러 이순신 장군 사당 앞에 금송을 심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실수라면 지금이라도 시정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나무를 베어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사항처럼 현충사 경내에서 벗어난 곳으로 ‘금송’을 옳기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4.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이후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적폐청산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현충사의 일본 특산종 금송의 이전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문화재청은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현충사의 금송을 경내 밖으로 이전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동시에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수이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2017. 8. 13
충무공 이순신 15대 종부 최순선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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