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집권당 후보 1위 불구 친중·중도 후보 단일화 시 역전 점쳐져

후보등록 마감 당일 대진표 확정…中, '친중후보 당선' 노린 압박 거셀듯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홍제성 기자 =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가 오는 24일로 50일을 남겨두지만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집권 여당 후보가 '박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 2~3위 야당 후보간 단일화 여부에 따라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지율 4위 무소속 후보가 이 두 후보와 또 다른 연대 흐름을 만들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혼돈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 간 '미중 대리전' 양상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여당 후보, 초반 '압도적 우세'…단일화 변수에 판세 '출렁'

대만 대선은 애초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상당 기간 지지율 1위를 내달리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었다.

본격적인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라이 후보는 30% 후반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과시하며 한 차례도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특히 라이 후보는 정치전문 매체 RW뉴스가 지난 9월 12∼16일 성인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2.52% 지지율을 기록, 커 후보(24.23%)와 허우 후보(22.25%)를 각각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기도 했다.

그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해 4파전 구도가 된 뒤에도 30% 후반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역시 승리에 가장 가까운 후보라는 평을 받았다.

대만 정치 전문가들도 당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라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었다.

그러나 지난달과 이달에 들어서며 선거판에 지각 변동이 왔다.

제1·2 야당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집권당 라이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나온 가운데 지난 15일 허우 후보와 커 후보측이 각계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후보 단일화 방침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 '오차범위' 이견 속 일단 결렬…최종 무산시 4위 무소속 후보와 연대설도

이후 정치권 관심은 야권 단일화 협상 성공 여부에 쏠렸다.

양 후보 측은 원래 18일 오전 총통 후보와 부총통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여론조사 오차범위 인정에 대한 양당의 인식이 다르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당 측은 오차범위를 ±3%포인트(p)로 하자고 했지만, 민중당은 ±1.5%p로 좁혀야 한다고 맞섰다.

1차 협상 결렬 이후 커 후보는 "민중당 총통 후보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혀 허우 후보와 단일화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24일 오후 5시까지로 예정된 후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단일화를 위한 양측의 물밑 접촉과 기싸움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는 23일 SNS에 허우 후보가 자신에게 불출마를 요청하면서 커 후보와의 단일화 회동을 중재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 4위인 무소속 궈 후보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끝내 무산되면 두 후보가 모두 지지율 10% 안팎을 기록 중인 궈 후보와 손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은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24일 오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 대만 대선이지만 '미중 대리전'

4년 만에 치러지는 대만 대선은 친미 성향 후보와 친중 또는 중도 성향 후보간 대결 가능성이 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철저하게 친미 행보를 보이며 중국 본토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집권 이후 1992년 11월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양안 관계의 근간인 이른바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도 거부해왔다.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는 대만 독립 성향의 인물로, 자신 못지않게 독립 성향이 강한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를 부총통 후보로 정식 지명했다.

샤오 부총통 후보는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 맞서는 전묘(戰猫·고양이전사) 외교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전묘 외교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우군을 확대하려는 대만 외교정책을 의미한다.

미국은 외견상 독립 국가인 대만 내정에 거리를 둬 왔지만 내심으로는 친미 성향인 민진당의 재집권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맞선 중국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독립 성향인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앙TV(CCTV)는 민진당이 '라이칭더+샤오메이친' 조합을 확정한 직후 두 독립 조합(雙獨組合)은 대만을 재앙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원색 비난했다.

또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무역 장벽 조사 등을 통한 경제적 강압의 수위도 높여왔다.

중국은 친중 세력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 후보의 당선을 가장 바라지만 차선으로는 중도 성향 커 후보가 허우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서라도 당선되는 것이 라이 후보 당선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원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현 집권 민진당을 겨냥한 압박 강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후보들 선거 전략도 미중 관계와 엮여 있다.

친미 성향 민진당은 중국의 안보 위협과 '경제적 강압'을 부각하면서 반중 노선을 명확히 하는 선거전략으로 맞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야권 단일 후보는 중국에 치우친 국민당 지지 세력에 중도 노선의 민중당 지지층을 결합하는 선거전략으로 득표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선거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3140300009?sectio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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