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그림자 금융' 부문으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문제는 부동산 부문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컸던 중즈그룹과 완샹신탁이 최근 투자자들에게 지급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부각된 상태다.
중즈그룹의 위기는 지난 8월 중룽신탁 등 그룹 산하 자산관리회사가 투자금 지급을 연기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지급불능을 선언했고 그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서는 자산관리업체인 완샹신탁이 만기가 도래한 신탁상품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자금 지급을 미뤄 문제가 됐다.
카이위안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록 실버스는 이러한 문제가 중즈그룹이나 완샹신탁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림자금융 업계의) 광범위한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무디스가 5일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이후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중국 부동산 문제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기업이나 금융상품을 가리키며,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금융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집계 방식에 따라 적게는 3조달러(약 3천922조원)이고, 자산관리상품·소비자금융 등을 포함할 경우 많게는 12조 달러(약 1경5천69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림자 금융 가운데서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은 신탁업체들로, 중국신탁업협회에 따르면 신탁업체들의 보유 자산은 2010년 대비 8배 늘어난 21조 위안(약 3천832조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부동산 신탁투자상품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2021년 917억 위안(약 16조7천억원), 2022년 930억 위안(약 16조9천억원)에 이르렀다는 게 데이터 제공업체 유즈 트러스트의 설명이다.
신탁업체들이 만기가 도래한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업·지방정부 채권 등 유동성 자산을 처분할 경우, 채권 가격 하락은 물론 심하면 디폴트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은행권 전반의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쿼리 그룹의 래리 후는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시스템적 위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은행 부문의 경우 신탁업체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신탁상품은 일반 서민이 아니라 순자산이 많은 투자자에게 주로 팔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규정상 개인이 신탁상품에 투자하려면 순자산 300만 위안(약 5억4천만원)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중국 은행권 자산에서 신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며, 신탁업체들도 그동안 부동산 시장 관련 익스포저를 줄여왔다고 CNN은 덧붙였다.
S&P의 탄밍은 "신탁업계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급감한 만큼 전염 위험은 관리 가능하다"면서 고액 자산가와 기업들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신탁업체의 디폴트가 은행권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밖에 중국 당국이 금융 안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 시 여파 확산을 막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208120400009?section=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