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묘지마다 성묘객들로 인산인해
11월 1일은 만성절(All Saints Day), 2일은 만령절(All Souls Day) 이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들이 이 절기를 지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만
성절은 카톨릭 교회의 축일로, 모든 성인(Saints)의 공덕을 추모하는 날이다. 그리고 2일 만령절은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날로, 가족들과 함께 성묘를 가게 된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1일부터 공동묘지를 찾게 되는게 관습으로 이어져
왔으며, 2일 만령절은 만성절의 연장일로 여겨왔다.
만
성절 1일, 고인을 그리워하는 많은 필리피노 가족들은 전국 각지의 공공 묘지을 방문한다. 수도권 마카티의 남부 묘지 주변에는 많은
노점상들이 줄이어 있었으며 무덤에서 요리를 먹으면서 환담하는 가족이 많이 보였다. 묘지에 살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은 불타고 남은
촛불을 필사적으로 모아 용돈 벌이를 하고 있었다.
만성절은 무덤에 음식과 술을 놓고 재배하는 모습이 한국의 추석을 연상시켰다.
이날 모인 가족들은 고인의 무덤을 청소하고 잡초 제거를 한 후, 밤 늦게 까지 촛불을 밝히고 그곳에 모인 가족들과 고인이 된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한다.
로널드 벤투라 씨(36)는 2세에 죽은 딸이 잠든 무덤에 친족 20명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텐트를 가져와 10월 31일부터 딸 옆에서 1박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휠체어를 타고 묘지에 온 마루시아나 빠비론 씨(83)는 “나이 때문에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연 1회는 성묘하고 있습니다"라고 조상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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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면적 25헥타르의 남부 묘지 주변 도로에는 꼬치구이, 헌옷, 장난감 등을 파는 노점이 즐비했다. 묘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만성절은 일대 행사이다. 예년 묘지에 있는 사리사리 스토어(잡화점)의 매출이 급상승하며 무덤 청소와 심부름으로 현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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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한 아이들은 맨발로 돌아다니며, 무덤에 버려진 초 등을 모으고 있었다. 남부 묘지에서 태어나 자란 소년 고텐구스 로베린
군(13)은 친구들과 함께 모은 초를 보여주며, 3시간에 걸쳐 3킬로를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텐구스 군은 “1킬로그람에
12페소에 팔린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미소를 보였다.
[마닐라] 장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