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일 굴욕 협상은 판박이
50년 전인 1965년 박정희 정부의 굴욕적 청구권 협정 합의와 지난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한·일 양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내용과 형식면에서 판박이같이 너무도 똑같다.
특히,박정희 정부의 굴욕적 청구권 협정 합의가 낳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보상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은 역사의 비극이자 아이러니이고 또한번의 굴욕적인 외교로 평가받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구두 발표를 통해 비록 아베의 직접적인 사과는 못 받아냈지만, 총리대신 자격으로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한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 등을 합의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향에 대한 국내 여론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 측은 일본군이 위안부의 소집 및 동원에 관여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아 법적 책임은 끝까지 인정치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억엔을 두고도 “배상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위안부 피해 단체가 요구해온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와같이 일본이 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다는 대목을 삽입해줌으로써 불균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합의 후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고 강조해,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정부 간 과거사 갈등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고 있다.
아베 총리도 합의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종결됐으며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향후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더 언급하지 않겠다고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장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불가역적이라고 말했고 그것을 미국이 평가한다는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는 견해까지 밝혔다.
특히,아베 총리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장관이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이라고 말하게 한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기시다 외무상을 칭찬까지했다고 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1항에서도 박정희 정부는 똑같이 “(대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고 약속해줬다.
이 항목을 들어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에도 위안부 피해자 배상 책임이 이미 완료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에 투입하기로 한 10억엔과 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박정희 정부가 받아낸 무상자금 3억달러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식민지배 배상금 성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법적 책임’을 부인한다.
50년 전에도 일본 정부는 5억달러를 ‘독립축하금’ 또는 ‘경제협력자금’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박정희·박근혜 정부 모두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우리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았다.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냐”고 반발하고 있고, 65년에도 강제징용 피해자는 논의 대상도 못되었다.
결국은 이번 합의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는 비난의 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중국은 협상 타결의 배후에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등 외신들도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일본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정대협, 참여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그리고 야권은 “피해자들이 수십년간 요구한 국가적·법적 사죄와 배상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은 물론, 국제적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며 회담 결과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원내대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원점에서부터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우리 당은 이 합의와 관련해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 집권시에도 어떤 기속(羈束·얽어매어 묶음)을 받지 않음을 확인하고, 정치·외교적으로도 책임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한·일간 해묵은 과제이자 '난제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지 24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점,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등이 명시되지 않은 점,회담 결과를 외교장관들이 구두로만 발표한 점,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피해자 명예회복 등이 이뤄지지 않은 점,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합의한 점, 이 결과를 '최종적·불가역(不可逆)적'이라고 선언한 점 등이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 국민들의 저항 등 새로운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되었다.
한 전직 외교관이 “청구권 협정은 우리가 워낙 가난해 원칙을 양보했다 하더라도, 위안부 합의에선 원칙을 포기할 만큼 절실한 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굳이 적용치 않아도 왜 박근혜 정부는 이번 합의를 서둘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