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사이버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인 이 말은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표현이다. 영어 단어 헬에 한국도 아닌 조선을 합성한 것은 이미 신분의 대물림이 거의 제도화된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풍자로 분석되고 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역사 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된 이 말은 본래 식민사관을 비호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한국의 지옥같은 현실과 헬조선이라는 단어의 강렬함에 끌려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헬조선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는 청년 세대가 처한 각박한 현실이 주로 언급돼 있다. 과중한 근로시간, 수능 일변도의 주입교육, 열악한 삶의 질 등 게시판마다 우울한 자기 처지와 국가와 사회를 향한 분노, 적개심을 드러낸 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마다 이 말이 꼬리표처럼 붙을 정도로 네티즌들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동의어로 '불지옥 반도'라는 신조어도 있다. ''디아블로'라는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불지옥'과 한반도의 '반도'를 합친 합성어다. 디아블로 게임의 난이도는 일반, 악몽, 지옥, 불지옥의 4단계로 나뉘는데 불지옥은 거의 게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다시말해 우리나라가, 특히 젊은 층에게는 이 게임의 불지옥처럼 살기 어렵다는 애기다.
대한민국의 '대'를 '개'로 바꾼 '개한민국', 김치와 나라를 뜻하는 '스탄'을 합성한 '김치스탄', 한국 탈출을 뜻하는 '탈조선'등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신조어들도 온라인상에 만연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이 속한 계층을 금ㆍ은ㆍ동ㆍ흙ㆍ똥수저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 '수저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SNS에 떠도는 수저기준표에 따르면 먼저 금수저는 자산이 20억 이상이거나 가구 연수입이 2억 이상인 상위 1%, 은수저는 자산이 10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이 8000만원 이상인 상위 3%를 지칭한다.동수저는 자산이 5억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이 5500만원 이상인 상위 7,5%,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수입이 2000만원 미만인 것을 지칭한다. 이 보다 못한 빈민계층을 똥 수저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똥수저대신 자산이 30억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이 3억 이상인 상위 0.1%를 다이아 수저라 지칭하기도 한다.여기에 '흙수저 빙고게임'도 생겼다. 가로 다섯칸, 세로 다섯칸짜리로 만들어진 빙고판에는 '화장실에 물 받는 대야 있음' '집에 욕조 없음' '부모님 정기 건강검진 안받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 있는 등 해당 사항도 다양하다. 해당되는 칸에 동그라미를 치면 되는데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고 한다. 10개를 넘으면 서민도 아닌 하층민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플라티늄수저, 놋수저, 플라스틱수저 등 돈으로 계급을 나눈 수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맨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수저론은 흙수저를 물려준 부모가 아니라 흙수저를 한번 물면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날로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계층문제를 자조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신조어들에 대해 단순히 일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뒤틀린 심사를 온라인상에서 과격한 언어로 표현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물론 GDP 세계 11위, 국민소득 3만달러의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신조어들이 담고 있는 풍자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사라진 데다 취업이나 복지 같은 사회안전망도 기대할 수 없고, 청년들이 국가에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풍자가 주는 경고를 '숨넘어가기 직전' 젊은 세대의 마지막 구조요청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 19개국에 배포되는 주간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 |
  1. 347.jpg (File Size:34.4KB/Download:7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불매운동은 시민운동의 ‘꽃’입니다 file

      인간의 욕구와 직결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며 참여하는 불매운동은 시민운동의 마지막 단계죠. 지금 우리 나라에서 진행되는 불매운동도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장했고 국민들의 사회참여도도 높아졌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

    불매운동은 시민운동의 ‘꽃’입니다
  • 박 대통령이 직접 친박 해체하고 탕평책 통해 창조정치해야  

    박 대통령이 직접 친박 해체하고 탕평책 통해 창조정치해야 새누리당 원로들이 20대 총선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공천파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본보 4면 기사) 김수환 전 국회부의장은 당 재건을 위해서는 계파해체가 우선되어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

  • 4·13 총선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한다

    4·13 총선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한다 4·13 총선 대참패로 '선거 탄핵'을 받은 새누리당과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이 선거 당시 주장했던 바대로 새누리당의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국민의 민의가 무엇인지 햇갈리고 있는...

  • 이번 총선을 보면, 한국 정치에 국민들의 회초리가 절실하다

    이번 총선을 보면, 한국 정치에 국민들의 회초리가 절실하다 드디어 막을 내린 4·13 총선은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삶을 위한 대형 이슈와 여야 간 정책 대결이 실종된 맹탕 선거였다. 선거때라면 흔하게 정치권이 국정 방향과 노선에 대해 뜨겁고 진지한 주장을 ...

    이번 총선을 보면, 한국 정치에 국민들의 회초리가 절실하다
  • 정당차원 야권연대 실패라면 유권자들의 투표라도 민심을 반영해...

    정당차원 야권연대 실패라면 유권자들의 투표라도 민심을 반영해야.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경기침체 속에서 소득 불평등이 고착되고 가계·기업·정부의 빚이 급증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겹치면서 나라 전체가 헤어날 ...

  • 국민의 눈높이 무시한 여야 총선 후보 공천에 철퇴가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 무시한 여야 총선 후보 공천에 철퇴가 필요하다 여야가 4.13총선 후보자 공천을 하면서 전혀 국민을 의식치 않다보니, 공천을 통한 메시지도, 정치 방향도 내놓지 못하고 계파 갈등과 당쟁만 일삼는 대국민 오만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이 불과 한...

  •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낙관론', 정치적 발언이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낙관론', 정치적 발언이길 바란다    ‘경제 비상사태’ 같은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어서 ‘낙관론’을 내놓은 것이 4월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발언이길 제발 바란다.   지금 한국 경...

  •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1] file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최근 온 나라와 국민들을 갈래갈래 찢여 놓았던 우리 정부의 사드 정책이 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이 단 한번 만나서 매우 쉽게 없던 일로 결정해버린 듯하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이 중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이 중요   북한이 제4차 핵실험 (수소폭탄 주장)을 한 지 한 달만에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월 7일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란듯이,그리고 자랑하듯이 발사하였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file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사이버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인 이 말은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표현이다. 영어 단어 헬에 한국도...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 박정희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일 굴욕 협상은 판박이

    박정희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일 굴욕 협상은 판박이   50년 전인 1965년 박정희 정부의 굴욕적 청구권 협정 합의와 지난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한·일 양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내용과 형식면에서 판박이같이 너무도 똑같다. 특히,박정...

    박정희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일 굴욕 협상은 판박이
  • 미국의 금리인상, 초금리 시대 막내리고 달러 독주 시대 경계해야

    미국의 금리인상, 초금리 시대 막내리고 달러 독주 시대 경계해야   유사이래 가장 길었던 미국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인상으로부터는 9년 6개월, '제로금리' 이후 만 7년이 지났다. 이것을 금리의 정상화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지나친 저금리...

  • 사법시험 존치 논란,대국민 법률 서비스 차원에서 논의돼야

    사법시험 존치 논란,대국민 법률 서비스 차원에서 논의돼야   사법고시 존치 논란이 뜨겁다. 현행 사법고시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자 법무부가 2021년까지 더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행 사법고시는 내년 2월에 폐지된다. 사법고...

  •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file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자고이래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칭찬하는 예는 드물다. 혹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하는 충고의 말이나 ‘가벼이 굴지 마라’ 따위의 경고의 말을 즐겨 하지만, 어른들이 진실로 청춘에게 애정을 갖고 그들을 존중하는 말을 한 경우는 많...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file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시리아가 2011년 내전에 휩싸이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넓은 지역을 점령하는 지경에 이르자 엄청난 수의 주민이 시리아 밖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주변 국가들은 물론이고 서유럽, 동유럽...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소식에 정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얘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9월 ‘2015개정 교육...

  • 일본의 꼼수에 넘어간 우리 외교부의 안이한 태도가 더 큰 문제

    일본의 꼼수에 넘어간 우리 외교부의 안이한 태도가 더 큰 문제 일본 산업혁명시설 세계유산 등재의 사후 파장이 만만찮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일은 막판에 'forced to work'라는 문구를 넣고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이 문구를 두고 우리 정부 당국자는 "...

    일본의 꼼수에 넘어간 우리 외교부의 안이한 태도가 더 큰 문제
  • 메르스 공포, 정부의 안전 불감증에 국민은 불안하다

    메르스 공포, 정부의 안전 불감증에 국민은 불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1937년 닭에서 처음 발견됐다. 모양이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하다 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란 이름을 얻었다. 처음에는 조류만 감염되는 것으로 여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개, 돼지, 소 등도 감염된다...

  •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이번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명예 회복해야,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이번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명예 회복해야, 우리나라가 성완종 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원외교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영장 실질심사 당일인 지난 9일 새벽 유서를 쓰고 잠적한 ...

  •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 냉전은 끝났지만 냉전이 가져온 무기개발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잔재가 바로 스텔스기와 사드(전구 고고도 지역방어, THAAD)이다. 사드는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즉, 전구 고고도 지...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