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목사가 된 이후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지금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헌금을 많이 거두어서 그런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이 멸망으로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은 그때도 알고 있었다.

내가 돈을 벌고 싶었던 이유,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목사님은 아무래도 돈을 버는 일을 하실 것 같습니다.”라는 생각을 다른 사람이 하게 되는 이유도 내가 하려는 일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긴 세상일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 있을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하나님 나라의 일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밑 빠진 독 or 깨진 항아리!!!) 세상 그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들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있고, 그 말은 맞는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단지 가난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나는 오래도록 망설였다. 우리나라에 편의점보다도 많고, 다방보다도 많은 교회들이 있는데 굳이 나까지 새로운 교회를 시작해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교회를 소개하기만 했지 그들과 함께 교회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다 정말 너무도 우연히 너무도 갑작스럽게 우리 교회를 시작했다. 내가 교회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게 교회들이 하지 않는 일들, 다시 말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교회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교회를 하는 것이었다.

교회가 시작하자마자 두 곳을 방문했다. 그 두 곳을 후원하고 몸으로 돕기 위함이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인근 도시에 있는 장애인 공동체였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고약한 냄새가 분위기처럼 깔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유는 공동체의 자립을 위해 그곳에서 오리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 오리들을 보는 순간 오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곳에 갇혀 있는 그 오리들은 정말 더러웠다. 털이 빠진 오리들도 많았다. 저렇게 기른 오리는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변 가까운 곳에 오리 음식을 하는 음식점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그런 곳에 오리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배설물로 뒤덮인 바닥과 오염된 오리들과 그곳에서 나는 냄새가 어우러져 첫 인상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장애인들의 숙소를 들렀는데 그곳 역시 냄새가 많이 났다. 정말 역겨운 냄새였다. 노숙자 선생님들의 냄새와 거의 비슷한 냄새였다. 그렇게 숙소를 둘러보고 우리가 가지고 간 후원물품들을 내려놓은 후에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안내 받았다. 장애인들을 씻기는 일이었다. 목사인 나는 앞장서서 그 일을 했다.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기형인 사람들을 내 손으로 씻기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씻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교회 교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들으니 교회에서 제일 활발한 남자 집사님이 장애인들을 보자마자 바깥에 나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장서서 그곳의 방문을 찬성하던 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한 후에는 내가 그분들을 씻기는 것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그런 분위기와 냄새를 피해 도망을 쳤던 것이다. 십자가 앞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제자들이 생각났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노인요양원이었다. 마침 아는 분이 노인요양원을 개원했다. 자연스럽게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이사장님이었고, 원장님은 그분의 큰아드님으로 익히 알고 있던 분이었다. 내가 이사장님과 원장님과 대화하는 동안 우리 교회 교인들은 시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탈자가 있었다. 당시 우리 교회의 유일한 육십 대 집사님이 그곳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던 것이다. 그분은 그곳에 있는 치매노인들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고 대답했다.

나는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고 싶었다. 나 혼자 못하던 일을 교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사뭇 기대가 되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나 혼자만의 로맨스였다. 교인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교회 헌금으로 그런 곳을 후원하는 일은 그들도 찬성한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봉사하는 일은 그들이 원하지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은 목사들과 사모들과 일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교회 대표들이 하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물론 교인들은 그런 우리 교회를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도망을 쳤던 집사님들도 그런 일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런 기도가 얼마나 가증스러운 기도인가. 자신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을 하나님께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도 우리는 수시로 이렇게 염치없는 부탁을 한다. 그것은 단지 도망을 쳤던 그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의 손과 발이 되기를 원하신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하기를 원하시고 또 그렇게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그분은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해결하실 수 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런 방식으로 일 하시지 않는다. 얼마나 귀찮으실까. 얼마나 답답하실까. 그 모든 것을 참으시고 그분은 우리가 일하기를 기다리신다.

이제까지 만난 모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죽는 것이 기도 제목이었다. 그들이 믿을 것은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읽은 기사에서 그런 장애인 부모님들의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기도하게 되었다는 한 목사님의 글을 읽었다.

“하나님,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천국에 갈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빨리 변해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고,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자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하는 목사님을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분의 기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빠져있다. 다른 무엇을 구하기 전에 자신이 해야 하지만 못하고 있는 일을 위해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위의 기도는 그야말로 하나님을 귀찮게 하는 기도이다. 자기 잘 살기 바쁜 사람들, 위해서 기도는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또 세상에 어떤 나라가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는가. 선진국에서는 가능할까. No Way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다. 그런 나라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교회가 그런 나라가 되어 장애아를 키우는 분들이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래 전 수영장에 다닐 때 만난 서른 살 넘은 장애성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를 만났을 때 나는 성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합천에 있는 오두막공동체엘 같이 가보자고 하였다. 그곳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집을 짓고 함께 살기 시작한다는 내용을 책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왜 하나님이 당신의 정의를 위해 일하려는 나를 파산상태로 만드셨는지. 또 이처럼 오래도록 내가 꿈꾸는 공동체를 내게 허락하시지 않으시는지. 그것은 아직 내 믿음이 공동 지갑을 실천할 수 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믿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예수기도를 드린다. 특히 이 불쌍한 죄인이라는 구절에 방점을 찍어서.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이 불쌍한 죄인을 긍휼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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