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성추행).jpg

시드니 대학교 연구원들이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직장 내 여성 성차별과 성추행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와 함께 젊은 여성들이 커리어를 위해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추세임을 밝혀냈다. 사진은 여성에 대한 신체 접촉은 여성의 ‘Yes’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폭력적 성추행 거부 이미지. 사진 : Pixabay

 

시드니대학교 연구팀, 16-40세 직장여성 대상 조사 보고서 발표

 

지난해 미 할리우드 영화제작 거물 하비 웨인스타인으로 시작된 성추행 피해자들의 고백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Me too’가 전 세계 여성계의 관심과 호응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호주 내 직장에서도 여성 차별은 물론 성추행이 만연돼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한국에서는 지난 1월 검찰의 한 여성 검사가 오래 전 상사로부터 받은 성추행과 이로 인한 긴 시간의 고통을 고발한 이후. ‘Me too’와 여성계의 ‘With you’가 연극-영화에 이어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주 화요일(6일)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연구원들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젊은 여성 3분의 1 이상이 직장 내에서 성차별 대우를 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연구원들은 16-40세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직장에 대한 태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를 실시, ‘2017 호주 여성들의 직업 미래’(Australian Women's Working Futures 2017)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3월8일)을 이틀 앞두고 발표됐다.

보고서는 조사를 통해 직장 내 성추행 수위가 ‘충격인’ 수준이며, 최근 커리어를 위해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 정부가 2천100명 이상의 여성과 5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5명 중 4명의 여성들이 “내가 존중받는 직장”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답변을 한 남성은 이보다 적은 67%로,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최고로 꼽았다.

시드니대학교의 정치경제학 학과장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엘리자베스 힐(Elizabeth Hill) 박사는 “여성들이 흥미나 보수보다 ‘존중받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호주 직장이 젊은 여성들의 커리어를 향한 포부와 성공적인 미래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 10명 중 한 명이 현재의 직장에서 성추행을 겪고 있다고 답변한 사실에 대해서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통해 노골적인 성추행뿐 아니라 직장 내에 만연돼 있는 여러 형태의 성차별도 밝혀졌다. 여기에는 여성 직원의 업무성과가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되거나 신체적 외모가 중시되고 있음이 포함됐다.

한 여성 변호사는 직장에서 당한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성추행 중 “한 치안판사가 ‘금발머리와 파란 눈만 가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한 전문직 여성은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머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장 내 대우가 달라진다”며 “머리를 위로 묶거나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출근하면 (웃긴 사실이지만) 남성들과 훨씬 더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여성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중 자녀가 한 명 이상인 여성은 10명 중 4명뿐이었으며, 미래에 한 명을 출산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여성도 절반에 달해 직장 여성들의 출산률 감소가 확인됐다.

심지어 경력을 위해 출산을 늦추거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변한 고숙련 전문직 여성들도 상당한 비중에 달했다. 한 여성은 “아이를 키우면서 현재 직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직장 내 성차별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젊은 직장인 여성 53%만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약 30%는 “지금과 같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중 가장 긍정적 전망을 보인 연령대는 16-20세로, 63%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고 31-40세 여성들 가운데에는 46%만이 같은 반응이었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5명 중 2명의 여성(43%)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의 25%는 “현재 역할에서 내가 가진 기술과 지식 및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퇴직금’ 부문에서는 3분의 2 이상의 여성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누릴 만큼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 내 성차별’과 관련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여성의 대우를 높게 평가했다. 응답자 중 12%의 남성들이 “직장에서 여성들이 더 이득을 많이 받는다”고 답변했으며, 25%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 절반 이상(52%)이 “직장에서 남성에 대한 대우가 더 좋다”고 답했으며, 3%의 여성들만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근무시간의 유연성’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9명의 여성이 “유연한 근무시간이 미래의 성공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일하는 직장에서 유연한 근무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여성은 10명 중 6명에 불과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성추행).jpg (File Size:53.6KB/Download:2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277 호주 알바니스 총리, 차기 호주 총독에 법조인 겸 사업가 사만타 모스틴 지명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6 호주 NSW 운전자 대상, 도로 통행료 환급신청 접수 시작... 클레임은 어떻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5 호주 연방정부, 5월 예산 계획에서 가계 재정부담 완화 방안 제시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4 호주 유닛을 구입하고 투자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주요 도시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3 호주 새로 적용된 학생비자 입안자, ‘노동당 정부의 대학 단속’으로 악용?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2 호주 심각한 주택부족 상황 불구, 시드니 지역 ‘빈 집’ 2만 가구 이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1 호주 시드니 전역 유명 사립학교 학부모가 되기 위한 ‘대기자 명단 전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0 호주 ‘Hambledon Cottage’ 200년 주년... 파라마타 시, 관련 기념행사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9 호주 ‘주택위기’ 해결의 또 하나의 어려움, ‘baby boomers의 고령화’?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8 호주 파라마타 시, ‘Arthur Phillip Park’ 재개장 기해 야외 영화 상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7 호주 계속된 생활비 부담 속, 수백 만 명의 호주인 저축액 1천 달러 미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6 호주 Express. Empower. Get Loud!... CB City, ‘청년주간’ 행사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5 호주 팬데믹 이후 호주 인구 ‘급증’ 속, 가장 큰 영향 받는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4 호주 투자 부문의 최고 ‘인플루언서’, “고령화 위기 대비하려면 호주 본받아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3 호주 주택을 구입할 때 침실 하나를 추가하려면 얼마의 급여가 필요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2 호주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적 확산 추세 따라 해당 비자 제공 국가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1 호주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학원 과정은 ‘건강’ 및 관련 분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0 호주 늘어나는 신용카드 사기... 지난해 호주인 손실, 22억 달러 규모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9 호주 월별 CPI 지표, 3개월 연속 3.4% 기록... “하향 추세 판단, 아직 이르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8 호주 주택시장, ‘인상적 성장세’ 지속... 1년 사이 중간가격 6만3,000달러 ↑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