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말콤 프레이저).jpg

지난 주 금요일(20일) 이른 아침, 지병으로 타계한 말콤 프레이저(Malcolm Fraser) 전 수상. 그는 역대 호주 정치인 가운데 고프 휘틀럼(Gough Whitlam)과 함께 최고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일(금) 이른 아침, 향년 84세... 호주 정치사에 큰 족적

 


제22대 호주 수상을 역임한 말콤 프레이저(Malcolm Fraser) 전 수상이 지난 주 금요일(20일) 이른 아침 타계했다. 향년 84세.

 

이날 아침 프레이저 전 수상 사무실은 성명을 통해 “3월20일 이른 아침, 존 말콤 프레이저가 유가족들의 깊은 슬픔 속에서 편안하게 타계했다는 것을 알려드린다”면서 “그를 알고 또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큰 충격이겠지만 남은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갖도록 위로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전 수상은 지난 1975년, 노동당 정부의 고프 휘틀럼(Gough Whitlam)이 총독에게 해임되는 호주 역사상 초유의 일이 있은 후 1975년 연방 선거에서 자유당을 승리로 이끌며 제22대 호주 수상에 취임, 1983년까지 재임했다.

 

휘틀럼 정부 당시 그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많은 정적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던 프레이저는 83년 노동당 밥 호크(Bob Hawke)에 수상 자리를 위임한 뒤 정계를 떠나서는 휘틀럼과 좋은 우정을 나누었다.

고프 휘틀럼 전 수상은 지난해 10월 타계했다.

 

그의 타계 소식을 들은 조 호키(Joe Hockey) 재무장관은 “프레이저에 대한 비난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정치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은 더 많다”고 언급한 뒤 “옳다고 판단되는 일 앞에서는 두려움을 모르는 강직한 성격이었다”며 “자유당은 그의 타계를 애도한다”고 말했다.

 

호키 장관은 이어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그는 호주 수상으로서 안정과 확신을 주었다는 점에서 자유당뿐 아니라 많은 호주인들이 그의 타계를 슬퍼할 것”이라며

“호주 정치사에서 최고 정치인으로 꼽히며 또한 최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휘틀럼과 프레이저 두 거탑이 사라졌다”고 애도했다.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전 수상(노동당)도 애도 성명을 통해 “말콤 프레이저는 정치를 넘어 인종 평등을 위해 투쟁한 지도자였다”고 평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apartheid)에 맞선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켰다”면서 “호주 다문화 정착과 호주로 들어온 베트남 보트피플들이 호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한 것 등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노동당)도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과 호주 원주민의 공익을 도모한 일, 1981년 인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기리는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러드 전 수상은 “프레이저 전 수상은 호주 국내는 물론 해외의 약자들을 위해 노력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호주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수년 동안 프레이저는 이민정책 등 자유당이 지나치게 우익으로 흐르는 경향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가했다. 불법 난민자 문제로 호주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프레이저는 난민 문제에 대한 장관급 권한 확대를 우려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프레이저 전 수상은 또한 트위터를 적극 활용, 자신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타계 하루 전, 호주국립대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남긴 ‘새로운 중국의 시간- 아시아와 태평양’(Time for a new China vision- Asia and the Pacific)이었다.

 

캔버라 의회의 많은 인사들도 프레이저 전 수상의 타계에 애도를 표했다. 연방 교육부의 크리스토퍼 파인(Christopher Pyne) 장관은 “호주를 위해 헌신해온 인물로 그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풍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복지부 마리스 페인(Marise Payne)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유당의 진정한 지도자이자 위대한 호주인이며 이 시대 수많은 정치인들의 멘토”라며 애도를 전했다.

 

최근 프레이저 전 수상, 그의 아내 태미(Tamie Fraser) 여사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노동당 더그 카메론(Doug Cameron) 상원의원은 금요일 아침, 그의 타계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메론 의원은 “인권을 위해 투쟁해 온, 위대한 목소리를 잃은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동당 미셸 로우랜드(Michelle Rowland) 상원의원도 “말콤 프레이저 전 수상은 다문화와 인종 평등을 추진한 강력한 자도자였다”며 “평화롭게 잠들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녹색당 크리스틴 밀른(Christine Milne) 대표도 이날 성명을 발표, “변영과 평화의 다문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열정을 갖고 헌신한 분”이라고 그를 추모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프레이저 전 수상은 휘틀럼 수상의 해고와 논란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사회적 정의와 호주의 비전을 위한 용기, 난민자를 포함해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진정한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754 호주 21기 평통 호주협의회, “동포들과 함께 바른 통일 담론 만들어가겠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9.15.
2753 호주 21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재외선거인 등록 하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19.01.24.
2752 호주 21대 총선 재외선거 신고신청 17일부터 시작 톱뉴스 19.11.19.
2751 호주 21일, 한국어능력시험 시행 톱뉴스 17.10.19.
» 호주 22대 호주 수상 역임 말콤 프레이저 타계 호주한국신문 15.03.26.
2749 호주 25-34세 젊은 층 주택소유 비율, 크게 떨어져 호주한국신문 15.09.17.
2748 호주 2차 대전 종전 관련, 알려지지 않은 4가지 진실 호주한국신문 15.08.20.
2747 호주 2차 퍼스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 및 유학생을 위한 2차 생필품 무료나눔 행사 취재기 퍼스인사이드 20.05.13.
2746 호주 2차대전 종전 70년, ‘태평양 전쟁’ 승리 호주의 역할은 호주한국신문 15.08.20.
2745 호주 3.1운동 100년... 한인 동포들, ‘정신적 가치’ 한 목소리 file 호주한국신문 19.03.07.
2744 호주 31대 시드니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file 호주한국신문 17.04.13.
2743 호주 32년간의 한인회비, 한꺼번에 납부 ‘미담’ file 호주한국신문 16.05.05.
2742 호주 32대 시드니한인회 피터 김 부회장 당선자, 전격 ‘사퇴’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19.06.20.
2741 호주 34대 시드니한인회, 오혜영-신정구 회장단 체제로... 여성 회장은 ‘첫 사례’ file 호주한국신문 23.09.28.
2740 호주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보며 file 호주한국신문 22.09.29.
2739 호주 3차 한인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를 위한 무료나눔 행사 file 퍼스인사이드 20.05.26.
2738 호주 40년 현장 대기자의 진단, “한국 언론의 문제는 정치 지형과 맞물려간다는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2.09.15.
2737 호주 4A아시아현대미술센터가 한국미술을 조망하다 톱뉴스 18.01.19.
2736 호주 4개 팀의 34대 한인회장단 후보들, 공통된 공약은 ‘한인회관 확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2735 호주 4박5일 일정의 ‘2018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열려 file 호주한국신문 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