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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의 한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백패커 여행자.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1년 연장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농장 등에서 농장주로부터 성적 요구를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워홀러 세컨비자’ 관련, ‘퀸즐랜드 반차별위원회’ 관계자 증언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를 여행하고 있는 독일 여행자 대프니(Daphne)씨는 두 번째 비자를 받기 위해 NSW 주 내륙의 한 농장에서 일을 해 왔다.

 

백패커 호스텔의 소개로 이 농장에서 과일따기 일을 하는 그녀의 숙소는 이 농장의 남성 노동자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대프니씨는 “상당히 열악한 조건이었다. 심지어 나를 이 농장에 소개한 백패커 호스텔 직원도 ‘이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하고 또 저 남자에게도 가까이 가지 마라. 그들은 틈만 나면 네게 손을 대고자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에서 3개월간 일을 마친 백패커의 비자신청 서류에 농장주가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처음 한 농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농장주에게 직접적으로 ‘내 비자신청 서류에 서명을 해 줄 수 있는가? 그러면 당신 농장에서 일하겠다’고 말했다”는 대프니씨는 “하지만 농장주는 ‘서명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대신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대프니씨는 다른 농장을 찾기로 했다. 힘들었지만 두 번째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필요했기에 그녀는 농장에서 일하는 기간, 고된 일을 참아내기로 했다.

 


농장주의 서명 거부,

드문 일 아니다


호주에 입국해 있는 백패커(backpacker) 여행자들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미끼로 농장주들로부터 성 관계를 강요받기도 하는 사례가 고발됐다.

 

퀸즐랜드 반차별위원회(Anti-Discrimination Commission Queensland. ADCQ)의 케빈 콕스(Kevin Cocks) 위원은 지난 주 금요일(31일) 국영 ABC 방송에서 농장주들이 여행자들의 비자기간 연장을 위한 서명을 조건으로 성 관계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subclass 417)로 호주에 체류하고 있는 백패커 여행자의 경우 추가로 1년을 더 체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최소 3개월 이상 대도시 외 지역이나 농촌 지역의 농장에서 일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의 1년 추가 연장을 위해서는 농장주의 서명이 필수적이며, 농장주나 농장 근무를 알선한 계약자는 백패커 여행자의 비자연장 신청 서류에 서명을 해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ADCQ의 콕스 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젊은 여성 여행자의 경우 비자신청 서류의 서명을 대가로 성적 호의를 강요받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특히 백패커 여행자를 농장에 알선하는 계약자들 중에는 열악한 숙박시설을 제공, 여성들을 더욱 취약한 상태로 몰아넣기도 한다.

 

콕스 위원은 “지역민들, 경찰 및 다른 정부기관들로부터 직, 간접적으로 이에 대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가 조사를 벌였던 퀸즐랜드 주 남동부 로키어 밸리(Lockyer Valley) 지역에서만도 최소 십 수건의 사례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ABC 방송은 “퀸즐랜드 주 경찰청 대변인도 일부 농장주들이 백패커 여행자들의 비자신청 서명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QLD 경찰청 대변인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연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종종 고용주의 농간에 처하기도 한다”며 “백패커 여행자들은 자신의 열악한 상황에서 경찰의 지원을 원하지만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은 “호주에서 일하는 해외 노동자들의 취약점은 작업장이 아주 외딴 곳에 위치해 있으며, 또 두 번째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얻는 것이 전적으로 고용주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아(Mia)라는 이름(가명)의 백패커 여행자 또한 대프니씨와 같은 사례다. 퀸즐랜드 주 북부의 한 육우 농장을 소개받은 그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색다른 경험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농장주와 단 둘이 남게 되면 농장주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외설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한번은 차 안에서 그가 내 다리에 손을 얹고 내 어깨를 껴안으면서 자기와 함께 있을 경우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기 방으로 가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ABC 방송에서 털어놓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농장 일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경찰이나 이민 당국에 보고된다 해도 농장주들은 계속해서 백패커 여행자들을 고용할 수 있다. 연방 이민부(Department of Immigration) 대변인은 “어느 고용주이든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의 고용확인서에 서명할 수 있다”며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고용을 규제할 수 없으며, 다만 이민부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 신청에 따라 고용주에 대한 사항을 조사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민부가 지난 12개월 동안 조사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농장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ABC 방송의 질문에 이민부 대변인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신청서에 서명한 농장에 대한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추가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또 ABC 방송이 퀸즐랜드 주의 농축산업자 대변기구인 ‘AgForce Queensland’에 이 문제를 거론하자 이 단체 대변인은 “워킹 비자(working visa)를 갖고 호주 농장에서 일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있어 아주 보람 있는 경험”이라며 “불법적인 일로 경찰에 신고된 농장주는 그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ADQC의 콕스 위원은 “농장주의 성희롱이나 학대 사례에 대한 신고가 ADQC에 접수된 상태”라며 “백패커 여행자들은 이 같은 사례를 털어놓으면서도 비자 신청서 상의 서명 문제로 고민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워킹 홀리데이 비자 관련 사항

-지난 2014-15 회계연도 호주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얻은 전 세계 젊은이는 19만4천 명 이상이며, 이중 3만8,019명이 1년 연장 비자(second-year visas)를 취득.

-워킹 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위한 취업 대상은 농장, 목축업, 어업 및 진주양식업, 벌목, 광산 및 건설업 부문.

-비자 신청자는 여러 회사의 작업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음.

-워킹 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위한 의무적인 취업 불가 지역은 ACT, 시드니, 멜번(Melbourne), 퍼스 및 주변 지역(Perth and surrounding areas), 뉴카슬(Newcastle),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 울릉공(Wollongong), 광역 브리즈번(Greater Brisbane) 및 골드코스트(Gold Coast).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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