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질병으로 수확감소, 인구 증가에 따른 개발붐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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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 오렌지들이 녹화병에 감염되면서 주 농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롱우드 한 주택 정원의 오렌지 나무.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경제를 떠받치는 힘은 농업, 관광업, 건설업에서 나온다. 특히 농업은 오랜전부터 플로리다에서 막강한 정치적 힘을 발휘했다. 지주 가족들은 시장에서부터 카운티 위원, 상원, 주지사 등에 이르기 까지 정계 진입의 바탕을 확보했다. 지금도 농림부, 법무부, 재정부 등 주정부 각료들의 구성원들 중에는 대지주 자손들이 많다.

주 농업에서 미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오렌지는 주요 농산물이다. 주 자동차 번호판과 주기(flag)에는 오렌지가 그려져 있고, 50개주 쿼터 동전에도 오렌지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재 오렌지 산업은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전체 농업도 덩달아 주 경제에서 상당부분 자리를 잃을 지점에 와있다.

주요 원인은 오렌지 색깔을 부분부분 푸르게 만드는 ‘감귤 녹화병(citrus greening)’이다. 감귤류 나무를 2년 내에 말려 죽이는 이 병충해는 2005년 처음 발견될 당시만 해도 플로리다 남부지역에 머물렀지만, 허리케인으로 주 전역으로 퍼져 주 전체 감귤밭 중 40%가 감염됐다. 오렌지와 자몽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다.

오렌지 대신 블루베리 재배, 관엽식물에도 기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오렌지 뿐만이 아니다. 토마토나 딸기 재배업자나 목축업자들은 점차 타주 혹은 외국에 기반을 잃고 있다. 사탕수수 생산은 플로리다에서 정체상태인데다 루이지애나주의 시장개척과 세계 여러국가들과 경쟁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농업 생산량이 가장 활발한 전국 20개중 플로리다는 2008년 13위에서 2015년에는 17위로 밀려났다. 반면 조지아는 17위에서 15위로 올라섰다.

조지아주 담배 농부들은 미국인들의 건강 관심에 발맞춰 정부의 후원 아래 블루베리 재배쪽으로 눈을 돌렸고, 주요 농산물이었던 복숭아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플로리다 역시 이같은 유행에 따라 블루베리 재배가 이전보다 늘었지만 기후 탓에 마켓 시즌이 짧은 편이다. 이에 농부들은 틈새 시장을 노려 주 기후에 맞는 복숭아 품종 개발과 올리브 재배에 나서고 있다.

플로리다 오렌지 산업이 휘청거리면서 홈디포나 로우스 등 전국 체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실내 관엽식물이 주요 농산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관엽식물 재배업자들은 아직까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렌지 산업의 하향세가 지속될 경우 관엽식물이 플로리다 농업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농부들에게는 저가 수입 농산물과 고용인력 부족도 고민거리이다. 싼 값으로 들어오는 외국 농산물과 가격 경쟁이 어려우면 재배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농부들이 트럼프 정부의 자국 이익주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이다.

국내 노동력을 찾는 것도 문제이다. 농산업자들은 비자 수속비와 노동자 거처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외국인 임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물밀듯이 들어왔던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긴 편이다. 이는 멕시코의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과도 관계가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개발업자에게 농지 넘기는 농부들 증가

이같은 상황에서 농부들은 끊임없이 부지를 찾고 있는 개발업자들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가족경영 농장의 경우 대를 이어가고 있는 편이지만, 상당수 농부들과 목축업자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개발업자에게 땅을 팔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개발업자 손으로 넘어간 농지는 100만 에이커에 달한다.

오렌지 산업이 기울고 있는 와중에 인구는 증가하고 땅값이 오르면서 농부들은 도시 주변의 땅을 팔고 부지가 싼 곳으로 옮기고 있다. 일부 농부들은 아예 앨라배마주 조지아주 등 타주로 이주하고 있다.

주 농림부 산하 연구원들은 블루베리 재배와 질병에 강한 감귤류 개발 등으로 농업 부활이 가능하다고 낙관한다. 주 농림부서 수장인 애담 풋남 현 농림부 장관도 농업이 여전히 주 경제를 받치는 제2 기반이며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발업자들에게 해마다 농지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농산물과 목축 생산 상황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본다. 특기할 만한 재투자가 없는 한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플로리다대학(UF) 연구진들은 2050년까지 플로리다주 면적 3분의 1이상이 개발될 것으로 예견하며, 거주지를 다시 농지로 환원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오렌지 수확 감소, 수자원 고갈, 자녀 세대의 농업 기피, 고용인력 부족은 플로리다 농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농업과 축산업이 주 총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이하일 뿐 아니라 농업의 경제 공헌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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