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밀라노 정혜승 기자>
코로나 19로 인한 대규모 사망 사태에 이탈리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장례 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롬바르디아 주(州) 베르가모의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날만 3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병원 영안실도 더 이상 사망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
베르가모 시장은 이번 주 지역 내 공동묘지를 폐쇄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정부가 이탈리아식 전통 장례를 금지한 데 이어 이에 상응한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공동묘지로 가지 못한 시신은 밀봉한 나무관에 담겨 지역 내 교회로 이송된다. 당국은 이곳에 관을 모아둔 뒤 화장터로 이동한다.
교회는 쌓여가는 관에 난처한 상황이다. 한 사제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이 관들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매일 수백 명이 죽는데 1구를 화장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속도가 사체를 화장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장례식을 금지한 대신 롬바르디아 주에서는 유족들이 신부와 짧은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마스크를 낀 유족과 신부들이 먼 거리를 유지한 채 사망자의 영면을 기도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된다고 NYT는 전했다.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애도의 종을 울리던 한 사제는 "최근에는 하루에 한 차례만 종을 친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종을 울려 마을이 공포에 휩싸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곳곳이 봉쇄되고 이동이 금지되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감염 후 격리된 상태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은 그야말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장례를 치러야 한다.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 시는 격리된 코로나19 환자들이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꾸준히 연락을 취하거나 최후의 순간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태블릿 기기의 기부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남부에서는 곳곳에서 장례식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들의 싸움이 일고 있다.
시칠리아의 한 도시에서는 지난주 당국의 제재를 어기고 발인 행렬을 진행한 48명이 현장에서 잡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식에 참여한 이들에 3개월의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엄포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전통 장례식에서는 600~1000명에 이르는 조문객이 유족을 찾는다. 한 신부는 "이탈리아의 장례식은 인류학의 일부"라며 "시칠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매우 강렬하게 받아들인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고 했다.
계속되는 죽음과 바이러스의 확산에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베르가모에 거주하는 프란카 스테파넬리(70)는 "지난주 50년을 함께 한 남편이 죽었는데 그의 시체는 5일째 관에 담겨있다"며 "그의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나는 둘 다 열이 나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흘 전 간호사 세 명이 남편을 데려갔고 그게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스테파넬리는 "이건 분노가 아니다. 그저 무력감만 느낄 뿐이다"고 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만798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대비 3223명이 늘어난 숫자다. 누적 사망자는 349명이 늘어난 2158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