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프랑스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지방 도시인 안시(Annency)의 어린이 놀이터에 한 남성이 침입, 아이들을 무참하게 칼로 공격한 사건이 있었다.
이날 아침 9시 45분경에 일어난 사건으로 6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그 가운데 4명이 2, 3살 어린이라 프랑스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안시는 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Auverne-Rhône-Alpes) 지방의 도시로, 유명한 안시 호수를 끼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베니스라 불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범인은 31세의 시리아인 노숙자로, 어떠한 전과나 정신 질환 이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스웨덴 여성과 결혼해서 3살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경악케 했다. 10년전에 시리아에서 스웨덴으로 이주하여 난민 자격으로 있다가 프랑스로 왔다. 프랑스 난민 신청을 해 왔으나 계속 거부되었다. 그는 이미 스웨덴의 난민 자격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난민 신청서에는 ‘시리아의 기독교인’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가벼운 부상을 입고 구금 상태인 범인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그는 프랑스어를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난 8일 아침 연금개혁안으로 소집된 국회에서는 안시 희생자들을 위해 1분 침묵의 시간을 가졌고, 엘리자베스 보른(Elisabeth Borne) 프랑스 총리는 바로 사건이 일어난 안시로 내려갔다.
제라르 다르마냉(Gérald Darmanin) 내무장관은 9일 BFMTV와의 인터뷰에서범인이 테러와 연관되어 있지 않음을 밝히면서 또 다른 테러의 위험성은 없다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누군가가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프랑스 언론 SNS를 통해 유포되었다.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어깨에 메는 가방을 든 어떤 남성이 그를 잡기 위해 조심스럽게 뒤를 쫓고 있는 영상이 전해졌다. 프랑스 네티즌들은 용기 있는 그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를 국민영웅으로 떠올렸다. 그는 프랑스 일주를 하고 있는 24세의 청년으로 본능적으로 행동했을뿐이라면서, 누구든지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영웅이라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다음날 희생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방문한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부상당한 어린이들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 관계자들과 신속하게 개입해준 경찰과 안시 시위원들에게, ‘당신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건 다음날인 금요일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공포’, ‘충격’, ‘안시 놀이터에서의 공포’ 등의 제목으로 안시 공격 사건을 1면으로 다루었다.
정치 도구화 시키지 말 것
프랑스 정치계는 안시 공격에 새롭게 ‘이민’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면서 강렬하게 반응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당(Rassemblement National)의 모젤 지역 국회의원인 로랑 자코벨리 (Laurent Jacobelli)는 ‘보다 엄중한 이민 정책을 해야한다’고 했다.
공화당(les Républicains)의 에릭 씨오티(Éric Ciotti) 대표는 ‘우리의 문명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이들에게 강한 반응을 호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좌파 정치인들은 이런 논쟁을 반기지 않았다. ‘불복하지 않는 프랑스당(La France insoumise)’의 에릭 코크렐(Éric Coquerel) 의원은 극우파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것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당의 질르쟝드르 (Gilles Le Gendre) 의원은 ‘어떤 식으로든 어떤 종류의 정치적 도구화를 만들지 말고, 사실관계가 어떤지 지켜보면서 피해자와 유족들을 생각하자’고 말했다.
이날 바로 안시로 내려간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사건을 알리면서 ‘나라의 연대’를 강조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11일 안시 시청 주관으로 부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모임을 가질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파리광장편집부>